[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대출심사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지요. 알파고의 묘수 같은 정밀한 대출 심사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출 심사를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출심사라는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서상훈(26)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니스트펀드는 온라인으로 투자자와 대출자를 모아 연결해주는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업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ㆍ기계 학습)' 기술이 핵심 무기다.
서 대표는 "기존 심사모형이 금융정보 위주로 몇 가지 변수마다 점수를 매겨 총합을 구하는 식이라면, 머신러닝은 인터넷이나 SNS 활동, 가족관계, 심리 테스트 결과, 과거 시험 성적 등까지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각각의 변수끼리 상관관계까지 고려해서 심사를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기존 분석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변수들까지 포함해서 개인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진다.
서 대표는 "예를 들어 누나가 있느냐, 아니면 동생이 있느냐도 주된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각 변수의 상관관계를 조합해서 내놓은 결과에 대해서는 사람의 직관으로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마치 알파고가 두는 묘수가 처음엔 아주 이상해보이지만 나중에 묘수로 판명이 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같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전문 심사 인력들이 작업하는 시스템이지만 데이터 확보와 기술 개발을 통해 인공지능의 역할을 계속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어니스트펀드 내에는 다수의 국내 외 전문가들이 '머신러닝' 발전에 매달리고 있다.
서 대표는 서울대(경영학 전공)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벤처 투자회사에서 일하다 귀국해 P2P 대출 업체를 세웠다. 어니스트펀드는 36억원가량의 자금을 모집해 법인과 개인들에게 대출했는데 아직까지 연체나 부도는 발생치 않고 있다.
서 대표는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필요한 데이터만 입력하면 별다른 절차 없이 컴퓨터가 리스크를 판단해 대출 실행 여부와 금리, 상한액 등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금융의 본질은 리스크를 얼마나 잘 측정하느냐라고 생각한다. 고금리로 빌려준 뒤에 갚으라고 압박하는게 아니라 진짜 고객 가치에 맞게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자 벤처의 사명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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