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나는 광대형 작가"…민중미술 1세대 주재환 회고전

시계아이콘02분 1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나는 광대형 작가"…민중미술 1세대 주재환 회고전  주재환 작가
AD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오래된 양은 냄비 속에 돌맹이들이 들어 있다. 상단에는 영국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해골' 작품이 엽서만한 종이에 담겼다. 여기엔 다이아몬드가 빼곡하게 박힌 '해골'의 작품 설명과 함께 918억5000만원이라는 작품가격이 쓰여 있다. 냄비 아래쪽 글귀에는 브라질 북부 판자촌 이야기가 적혀있다. "주부들은 저녁이면 냄비에 돌을 넣고 물을 끓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어머니들은 배가 고파서 보채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밥이 될 거다'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이 기다리다가 그냥 잠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본이 최고의 권력이 된 시대, 작가는 적나라한 대비로 인간의 탐욕을 상기시킨다.

가로로 긴 세 개의 작품이 아래로 나란히 걸려 있다. 전쟁으로 폐해가 된 지구의 곳곳. 영화 '피아니스트'의 장면들을 차용했다. 하늘에는 UFO와 헬기가 날고 있다. 베트남전쟁 때 분신을 통해 평화를 외친 한 스님의 모습과 우리나라 국보 반가사유상이 마주하는 모습도 보인다. 서울 종로 파고다공원 인근 일렬로 들어선 점집들을 덧붙이기도 했다. 인간이 야기한 재난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스며들어 있다. 지난 2005년 국회 앞에서 전시되기도 했던 작품. 층층이 쌓아 올린 빨랫대 그리고 그곳에 매달린 수없이 많은 패트병과 깡통. 그 앞엔 물이 담긴 표주박이 생경하게 놓여있다. 자연과 인공의 대비다.


모두 민중미술 1세대 작가 주재환(76)의 작품들이다. 그는 민중미술계열 작가들 중 누구보다 설치작품을 여럿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메시지와 풍자가 다분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1000원 예술'이라 칭하고, 스스로를 '광대형 작가'라 부른다. 그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재료나 폐품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하기를 즐겨해서다. 독특하지만 비판적인 시각, 우리네 현실을 톺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 그의 작품들에선 어떤 해방감이 느껴진다.

"나는 광대형 작가"…민중미술 1세대 주재환 회고전  현기증 시리즈 작품, 2012년.


"나는 광대형 작가"…민중미술 1세대 주재환 회고전  물vs물의 사생아들, 2005, 빨랫대, 캔, 패트병, 실, 가변설치


"나는 광대형 작가"…민중미술 1세대 주재환 회고전  짜장면 배달, 2003년, 판화, 52x42.5cm


"나는 광대형 작가"…민중미술 1세대 주재환 회고전  현실과 발언 창립전 출품작 확대 복사, 2000, 태풍 아방가르호의 시말(1980년 창립전), 81x136.3cm


작가 주재환은 예순이 돼서야 첫 개인전을 가졌다. 지금까지 숱하게 작업을 해왔지만, 개인전은 불과 아홉 번에 그친다. 그런 그가 이번에 열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작품 50여 점으로 꾸린 회고전 형식의 전시다. 전시를 개최한 학고재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 의도를 "한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그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와 완전히 분리해서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품을 이러한 맥락 속에서만 이해하는 것은 작품의 의미를 부분적으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더욱 넓은 의미에서 미학적으로 주재환의 작품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했다.


전시 주제는 '어둠 속의 변신'이다. 작가에게 '밤'은 사회 질서와 규율 밖에 존재하는 예술의 존재 방식이 드러나는 미학적 공간이다. 이성, 질서, 규율의 의미를 상징하는 '낮'과 반대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일상과 예술을 파괴하고, 일상에서 익숙한 것에 새 의미를 부여해 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서울 토박이인 주재현은 중학교 시절 반 고흐에 반해 미술가로써 꿈을 키웠다. 그 시절의 작가를 기억하는 친구는 '너는 귀 언제 자를 것이냐'며 지금도 농을 던지곤 한다. 196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다가 한학기만에 중퇴했다. 그는 "그때 한학기 등록금이 9800원이었다. 꽤 비쌌다. 학비때문에 졸업안한 친구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작가는 20년간 미술과 상관 없는 다양한 직종을 전전했다. 20대에는 피아노 외판원, 창경궁 아이스크림 장사꾼, 파출소 방범대원 등으로 일했다. 30대에 들어 민속학자 심우성을 도와 잡지사, 출판사 일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 현실을 읽을 수 있었다. 더불어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어울림도 많았다. 대학로 학림다방, 르네상스, 명동 은성, 송석 등 다방과 술집이 주로 모이는 장소였다. 대학교 선후배부터 미술평론가 이일, 시인 김수영 등을 만났다. 작가는 1970년대 초반 김인환이 운영했던 광화문 술집 쪽샘에서 작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AD

그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79년 사회비판적인 미술인 단체 '현실과 발언' 창립에 참여하면서부터다. 1980년 창립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이 시기 역사적, 정치적 주제와 연관있는 작품들을 남겼다. 이후 그는 작가로서 또한 진보적 지식인, 활동가로서 살아왔다. 1986년 장준하 선생 새긴돌 건립일, 1990년 4.19혁명 30주기 기념행사를 꾸리는 데 힘을 썼다. 1990년대 들어서는 자본구조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했다. '미제점 송가', '짜장면 배달', '쇼핑맨' 등이 대표작이다. 2000년대 그의 작업들은 보다 활발해진다. 2001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이 유쾌한 씨를 보라', 2007 대안공간 사루비아 다방 개인전, 2003 제 50회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등에서 작품을 보여줬다.


전시는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본관. 02-720-1524~6.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