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중국)=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중국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6.5% 이상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면서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올 한 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로는 6.5~7%를 제시했는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까지 끌어올릴 만큼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도 확고히 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2기 4차 회의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중국 정부의 6%대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25년 만의 최저치다. 바오치(保七·7%대 경제 성장률 유지) 고속 성장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7% 미만의 중속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구간으로 설정한 것도 성장 둔화가 특징인 신창타이 시대에 맞춰 구조 개혁을 진행해 가면서 정책 운용의 탄력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쿠가와 도모오 도쿄대학교 교수는 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을 통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개혁 추진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나온 타협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6.5%를 마지노선으로 삼은 것은 경기를 잠시 식히더라도 과잉 생산과 과잉 부채를 해소하겠다는 뜻이며 7% 상한선을 정한 것은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자본 유출과 주가 급락으로 경기 부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자 더 이상 경기를 악화시키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5600억위안(약 103조원) 늘린 2조1800억위안으로 설정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지난해 2.3%에서 올해 3%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중국 경화시보(京華時報)에 따르면 이는 1949년 신중국이 출범한 이래 최대 규모로,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 둔화에 맞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 것이다.
리 총리는 "중국의 재정적자 비율과 부채 비율은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낮은 수준으로 이 같은 재정적자 배정은 필요하고 실행 가능하며 안전한 것"이라면서 "재정적자를 적정 규모로 확대하고 이를 주로 감세와 비용 절감에 사용해 기업의 부담을 한층 덜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는 5월1일부터 영업세를 부가가치세로 전환 부과하고 시행 범위를 건축업, 부동산업, 금융업, 생활서비스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목표는 10.5%로 잡았으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선에서 억제하되 총 통화량은 13% 늘릴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수출입과 관련한 지표는 어떤 숫자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교역 비중이 절대적인 중국 정부가 예측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해 제시한 목표치가 크게 빗나가 정책적 결정에 자신감을 잃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최대 정책 기조 중 하나인 공급 측면의 개혁은 철강과 석탄 등 어려움을 겪는 업종의 과잉 생산을 해소하고 국유기업의 질적 수준 향상을 큰 축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리 총리는 "기업의 신규 생산 능력을 엄격히 통제하고 노후 생산 능력을 단호히 도태시키면서 과잉 생산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소할 것"이라며 "합병과 재편성 또는 파산이나 청산 등 조치를 취해 '강시기업(좀비기업)'을 적극적으로 퇴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국유기업 개혁은 올해와 내년 2년에 걸쳐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유기업의 고질적 병폐인 '낙하산' 인사 관행을 없애고 전문경영인 제도, 임직원 지분 보유제 등도 대거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전인대를 둘러싼 서방의 시각은 회의론이 많았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성장과 개혁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맞추려고 무리수를 두는 일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고 혹평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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