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앞쪽만 가격 내리고 관람시간·좌석별 차등 적용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화 가격을 인상하려는 꼼수 아닌가요?"
멀티플렉스 CJ CGV가 2년여 만에 영화 관람료를 재조정하자 관람객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CGV는 주말과 주중, 주중 네 단계 상영 시간대별로 달랐던 관람료를 여섯 단계로 세분화했다. 또 좌석을 '이코노미존', '스탠다드존', '프라임존' 세 단계로 구분하고, 스탠다드존 가격을 기준으로 이코노미존은 1000원 싸게, 프라임존은 1000원 비싸게 책정했다. 스크린과 가까운 앞쪽 20% 좌석이 이코노미존, 뒤쪽 40%가 프라임존이다.
콘서트나 뮤지컬, 오페라, 스포츠 관람처럼 좌석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2014년 한국소비자원이 관람객 500명을 설문한 결과 상영관 좌석 위치에 따라 관람료를 달리하는 차등요금제 도입에 65%가 찬성했다. 그러나 당시 관객이 제시한 비인기좌석의 적정 가격은 일반석 1만원 기준으로 7129원이었다. CGV가 내놓은 이코노미석 관람 요금은 1만원 기준으로 9000원이다. 여섯 단계로 나눠진 시간대별 관람료도 관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관람객 사이에서는 가격 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CGV에서 운영하는 VIP제도나 통신사를 연계한 할인 혜택까지 적어져 심리적 저항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CGV를 찾은 박영준(39)씨는 "관람객이 거의 찾지 않는 스크린 앞쪽 좌석의 가격만 내리고 다른 좌석을 올린 건 조삼모사"라고 말했다. 김성훈(35)씨는 "좌석 구분의 기준이 모호하다. 사실상 가격 인상인데 서비스의 질은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불만은 극장 안에서도 새어나왔다. 이코노미존으로 결제한 관람객 다수가 영화가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 프라임존의 빈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프라임존 좌석을 구매했는데 손해를 본 것 아니냐"는 관람객들의 항의에 직원들은 "영화가 상영되고 나면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CGV 측은 "고객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며 살펴보고 있다. 향후 세부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상승한 현실을 감안하면 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처럼 파격적인 전략을 쓰는 건 어떨까. 그들은 마켓의 크기에 관계없이 평일 정오 등의 경기 티켓을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판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당장은 물론 미래 영업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극장에서는 조조나 심야 상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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