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한민국 조종사로 산다는 것]'붉은 유혹' 연봉 3억의 허와 실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3억~4억대로 스카우트되지만 계약직 신분에 고용불안
중국 항공시장 일시적 팽창기 "자국 조종사 수급 안정되면 인기 식을 것"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비행경력 20년차인 베테랑 기장 김모씨(51)씨는 최근 중국 대형항공사로 스카우트됐다. 3년 계약직이지만 1억원대의 연봉이 3억원대로 뛰었다. 게다가 입사 첫해 100% 보너스와 주거비도 지원받는다. 한국에서는 정년(60세)까지 9년 더 일할 수 있지만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해 이직을 결심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계약기간이 끝나는 3년 뒤 계획은 차차 고민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연차의 이모(49) 기장도 최근 중국 항공사로부터 몸값을 2배 올려준다는 러브콜을 받았지만 단박에 거절했다. 연봉이 높은 것을 빼면 고용보장도 안 되고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대형 항공사에서 보잉 737기를 모는 선임 기장 이씨의 연간 근무시간은 약 700시간. 중국 항공사로 이직할 경우 이보다 43%나 많은 연간 1000시간을 일해야 한다. 사고 등으로 과실이 발생하면 퇴출당할 수 있다는 계약 조항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대한민국 조종사로 산다는 것]'붉은 유혹' 연봉 3억의 허와 실
AD

고액 연봉을 앞세운 중국 항공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내 조종사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요약하면 고액연봉이냐 고용보장이냐로 귀결된다. 사실 지금까지의 판세는 전자에 무게가 쏠렸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조종사들은 스스럼 없이 고액연봉을 택했다. 중국 항공사들이 국내 숙련된 기장들을 스카웃하기 위해 제시하는 연봉은 3억~4억원. 중국에서 중국인 기장들이 받고 있는 연봉의 3배에 달한다.


이 같은 구애에 중국행을 택하는 조종사들은 적지 않다.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중국 항공사로 이직한 기장은 46명. 대한항공 소속 전체 기장 1320명 가운데 3%에 이른다. 이들 46명의 평균 근속연수는 18년으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기장급 베테랑 조종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대한항공에서 받은 연봉 평균은 1억7000만원으로 최소 2배 이상 많은 연봉을 받고 중국 항공기로 옮겨탄 것이다.


하지만 고액 연봉의 이면을 보면 상황은 복잡하다. 연봉이 국내 항공사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근무여건이나 복지혜택 등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중국 항공사들은 우리 조종사들을 3년~5년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이 60살까지 안정적으로 정년을 보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녀 학자금 지원도 차이가 크다. 국내 항공사는 고등학교ㆍ대학교 학자금 100%를 지급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중국 항공사들은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국내 항공사는 직계가족까지 쓸 수 있는 항공권을 연간 25~30매 제공하지만 중국 항공사들은 4~6매에 그친다. 이 뿐만 아니다. 국내 항공사는 임금 100%를 지급하며 2년의 휴가기간을 보장하는 '비행휴 제도'를 운영하지만 중국 항공사들 가운데 조종사의 안전과 건강관리를 위한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중국의 러브콜은 '시한부 구애'일 공산이 크다. 중국은 신규 항공기 도입에 따라 매년 1200~1500명의 신규 조종사 인력이 필요하지만 해마다 양성되는 조종사 인력은 800명 수준이다. 400~700명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베테랑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는데 중국인 조종사가 기장급에 이르는 3~4년 뒤에는 한국인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할 필요성이 사라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들이 200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 기장을 대거 영입하고 있지만 자체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수급이 균형을 찾게 되는 3~4년 뒤에는 수요가 끊길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액 연봉을 받고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더라도 3년 또는 5년 후에는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더라도 경력 관리를 하는데 어려움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