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신학기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교복 사업자 간 사업활동 방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시장분석을 하고 학교주관 교복 구매제에 대한 제도개선을 교육부에 요청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국·공립 중고교에 교복 학교주관 구매제도가 도입됐지만 교복 사업자가 낙찰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지속돼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주관 구매제는 학교가 경쟁입찰을 통해 교복을 일괄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주요 브랜드 업체의 고가 교복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도입됐다.
학교주관 구매제에선 모든 학생이 이를 통해 사는 것이 원칙이다. 교복 물려 입기나 교복 장터를 활용할 때만 예외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공정위는 교복 사업자들이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찰에 탈락하거나 참여하지 않은 사업자들이 학교주관 구매 교복의 품질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학교주관 구매로 교복을 사지 않을 수 있는 편법을 안내하고 신입생들이 자사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교복 사업자들이 학교주관구매 교복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강조해 신입생들의 학교주관 구매 신청을 막거나 신청자의 이탈을 주도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공정위는 단기적으로 입찰절차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교복 표준디자인제를 통해 학생교복 시장에 경쟁원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신입생 배정 전에 각 중·고교가 교복 사업자를 선정하고 교복 구매물량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단가계약만 체결한다.
이후 신입생이 배정되면 학교주관 구매 신청을 받아 최종적으로 물량 계약을 체결하는데 구매 물량이 예상보다 줄어들더라도 학교가 낙찰사업자에게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낙찰받은 교복 사업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고 다른 교복사업자들이 낙찰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공정위는 학교에서 신입생이 배정되면 학교주관 교복구매 여부를 신청하게 해 구매물량을 확정하고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상 중학교는 2월 초, 고등학교는 1월 말∼2월 초 신입생이 배정된다. 동복 교복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2∼3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입학 후 4월까지는 사복을 입게 허용하고 5∼6월 하복부터 신입생들이 교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입생 입학부터 동복을 착용하려면 신입생 배정 기간을 아예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공정위의 요청대로 올해 교육부가 제도를 개선하면 내년부터 적용된다.
공정위는 중장기적으로 10∼20여개 교복 디자인을 제시해 각 학교에서 적합한 교복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복 표준디자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학교별로 교복 디자인이 달라 다품종 소량생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어려워 교복 가격이 비싸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영국 공립학교는 교복디자인의 표준화돼 저렴한 가격으로 슈퍼마켓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교육부에 제도개선을 요청해 내년도 운영요령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교육부와의 실무협의 결과 큰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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