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간 불가역적 합의 반발 확산…3·1절 부산선 일어선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기하영 수습기자]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지난주 개봉한 영화 '귀향'이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제작단계에서 관람까지 유명인사는 물론 일반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귀향 신드롬'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지만 국민 정서의 저변에 '불가역적' 합의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여파 탓으로 보인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귀향은 지난 주말에만 76만명이 관람해 누적관객 수가 106만명에 달했다. 귀향은 '데드풀' '주토피아'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예매율과 관객 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귀향이 초반 관객몰이를 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유명인사들의 영화 관람 독려가 한몫했다. 지난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귀향이 스크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만약 상영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서울시가 강당, 시민청 등 산하의 모든 시설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함께할 뜻을 비쳤고 역사 스타강사인 최태성 교사도 복합상영관을 대관해 일반인 무료관람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귀향 홍보를 위한 일반인들의 참여도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영화 티켓을 기부하겠다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직장인 김지은씨는 "기부하는 마음으로 3월1일 티켓을 5매 예매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돌릴 것"이라며 "사학과를 졸업했는데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봉 첫날 영화를 보고 나온 서차용(69)씨는 "지난해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이 10억엔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걸 보고 용서가 안 됐다"며 "이 영화가 많이 홍보돼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잘 알게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서도 10대 청소년이 나비 그림을 태그(주제어 입력)하면 100원씩 위안부에 기부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영화 귀향 신드롬이 확산되는 가운에 부산에는 위안부 소녀를 기리는 입상이 건립됐다.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는 3ㆍ1절인 내일 부산 진구 어린이대공원 학생교육문화회관 관장 한쪽에 '부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갖는다.
댕기머리에 왼손을 가슴에 올린 160㎝ 키의 부산 소녀상은 지팡이를 든 할머니의 그림자와 '우리 할머니다!'라는 글귀가 음각된 높이 2m의 대리석 벽으로 구성됐다. 국내외에 세워진 50여개의 소녀상이 대부분 의자에 앉아 주먹을 쥔 10대 소녀를 형상화한 것과는 달리 일어선 소녀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3ㆍ1절을 맞아 위안부 합의 무효를 요구하는 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열린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3·1절 집회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전국행동의 날' 행사로 할 예정이다. 한일 정부 간 합의에 반발해 민간에서 진행 중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손잡는 정의기억재단' 설립 기금은 29일 현재 약 1억5000만원이 모금됐다고 정대협이 밝혔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