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보는 북핵 이후 안보상황, 어떻게 진행됐고 어디로 흘러갈까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대북 전략의 대전환'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화→압박'이라면 전환이 맞지만 애초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압박'을 시의적절하게 구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여러 이유에서 대화보다 압박 쪽에 더 기운 지난 3년을 보냈다. 즉 '압박 위주→압박 일변도'로 '강해졌다'는 게 더 정확한 분석이다.
#핵실험 후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기존 방법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 선언은 북한의 핵실험 40일후에나 이루어진 것이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핵실험 후 박 대통령은 중국에 "북한이 결국 사고를 쳤으니 제대로 혼내주라"는 신호를 보냈다. 북한을 가장 아프게 하는 건 중국의 원유공급 중단 같은 경제제재다. 취임 후 대중국 외교에 공을 들였고 한중관계가 최상이라 자부해온 만큼, 시진핑 주석이 '행동'에 나서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중국은 유엔 안보리 중심의 대북제재 논의에서조차 미온적 입장을 취했다.
핵실험 후 한 달이 지난 2월 5일이 돼서야 양 정상간 통화가 이루어질 정도로 한중관계는 '북핵'을 놓고 삐걱댔다. 외교가에선 박 대통령이 "북한에 한 번, 중국에 또 한 번 단단히 화가 났다"는 말이 돌았다.
#그리고 사드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후 일주일이 지난 1월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어려울 때 손 잡아주는 게 최상의 파트너"라며 중국에 서운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국익에 따라 사드배치 여부를 검토해나갈 것"이란 메시지를 날렸다.
박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에둘러 말하지 않고 '구체적이며 분명하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중국은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사드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한국을 군사적으로 협박하는 수준의 발언을 쏟아냈다. 최상의 한중관계는 최악으로 곤두박질치는 듯 보였다.
박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대북 전략의 전환'을 의미함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기대를 이제 접는다'는 대외적 선포이기도 하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예를 들면 개성공단 폐쇄와 같이, 그리고 한미일 3각 공조로 강력한 대북제재를 이끌어내 북한을 붕괴(최소한 핵포기)시키고 말겠다는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여권 일각에서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딜레마에 빠진 쪽은 중국이다
중국은 철저히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움직였을 뿐이다. 그들은 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과 자국 사이에 완충지대로 남아있길 바란다. 그래야 경제에도 집중할 수 있다. 한미 연합군이 한반도 북쪽을 점령한다면 중국과 미국은 압록강을 마주하고 대치하게 된다. 이는 절대 중국에게 이롭지 않다. 북한 붕괴 후 난민 유입 등 경제적 파급도 두렵다. 여러모로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사고 안치며 그대로 있어줘야' 하는 존재다.
그렇다고 북한을 통제하라는 국제 사회의 요구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비핵화ㆍ평화협정 동시 협상'을 제안한 것은, 중국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이 제안은 한국에 의해 거부됐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한국이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 할수록, 한반도 군사 긴장감이 강해질수록 중국도 초조해지는 건 분명하다. 사드가 결국 '중국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핵무장론은 대통령 선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이므로 정치권이 제기해주는 식의 전략인 것이다.
#김정은은 초조할까 느긋할까
어떤 언론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직접 인터뷰한 일이 없으니 추측만 할 뿐이다. 여러 정황 상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심리상태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원하는 건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후 북미 수교를 이룬다. 각종 금융ㆍ무역제재를 끝낸다. 이를 통해 북한은 미국(혹은 한미 연합군)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내치에 집중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중국이 그에 상응하는 군사적 위협을 가하며, 북한이 핵무기 실전배치를 선언하면 미국은 각종 최첨단 무기를 한반도 주변에 끌어 모은다. 군사적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전 세계가 제3차 세계대전의 공포에 떨게 된다.
전쟁을 우려한 국제 자금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어느 쪽이 먼저 그럴진 모르지만 협상의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전쟁을 막기 위한 협상에서 핵을 쥔 북한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많다.
협상이 현 시점에 이루어진다 해도 북한은 핵을 무기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법하다. 아무리 못해도 핵동결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 정도는 맞바꾸자고 할지 모른다. 마침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협상'을 제안했는데, 이것은 상황이 북한 계산대로 흘러가는 양상의 한 조각이라 볼 수 있다.
#한반도 안보의 대격변…朴정부에 달린 한반도의 운명
북핵 문제 더 나아가 통일 논의는 지난 50년간 획기적 전환점을 갖지 못했다. 너무 위험하기에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뤄왔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전략은 "이제 모든 패를 다 꺼내놓고 결판을 내자"는 선언이다.
현재로서 그 전략은 한반도를 공멸의 전쟁터 혹은 획기적 평화의 땅, 어느 쪽으로도 이끌 수 있다. 관련국 간 치열한 수(數)싸움이 전개될 것이고, 승기를 잡기 위해 단기적으로 뼈아픈 결단도 내려야할 지 모르며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할 시점도 올 수 있다.
어쨌든 박 대통령의 최근 전략이 미ㆍ중 갈등구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이 어느 시점에서 어떤 승부수를 던져 상황을 반전시킬 것인지 등 다음, 다음수를 치밀히 계산해놓지 않으면 우리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언제까지 회피하면서 살아갈 순 없다'고 판단했다. 임기가 2년 남은 박근혜정부 외교안보팀의 능력에 우리 민족의 운명이 달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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