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 전략을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6일 국회연설에서 북한 붕괴를 언급하며 압박 일변도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 선언했다.
중국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대화로 풀자고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성이 없음을 드러낼 뿐이다. 북한은 세계 평화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은 그것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심지어 지역의 리더 역할을 자임하는 대국이라면 응당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 대안 없이 남의 일 보듯 하는 중국을 제외하면, 어떤 국가도 이 문제가 기존 방식으로 해결될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중국의 태도를 확인한 박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카드를 꺼냈다. 핵무장론은 점점 세를 불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을 붕괴시키고야 말 것이란 현실적 계획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라 믿고 싶다. 그보다는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법 모색에 나서라는 우회적 메시지로 이해하고 싶다. 왜냐하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고 핵무장이 본격 논의되며 북한이 급작스레 붕괴되는 상황에서의 한반도는 글자 그대로 '헬조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 1, 2위 군사대국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맞설 때 중국과 북한은 한편이다. 두 강대국 간 일촉즉발 상황에서 북한의 협상 공간은 매우 넓어져 있을 것이다. 북핵의 가치는 그 때 고점을 찍게 된다. 김정은은 일련의 움직임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중국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건 그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북핵은 중국에게도 골칫덩어리지만 그것을 해결하자고 미국과 충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대결이 불가피하다면 중국도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재앙이다. 미ㆍ중 간 대결구도를 증폭시키는 방식의 대북 전략이 현실적일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북한이란 완충지대의 갑작스러운 소멸을 원하지 않는 것이지,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 답은 사드와 핵무장에 있는 게 아니라 결국 외교에서 찾아야 한다. 미ㆍ중 사이 균형자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동기가 될 북ㆍ중관계의 고리를 찾아내는 게 균형자의 역할이다. 미국과 중국이 지금의 위치에서 한 발씩 움직일 때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이 전략을 폐기할 경우 사안은 우리 손을 떠난다. 강대국 논리에 따라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는 비극의 재현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관된 방향성을 국제사회에 확신시키는 것이다.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내부분열만은 없어야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일관되며 현실적이고 주변국들에게 설득력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론도 모인다.
햇볕이든 압박이든 최종 목표는 평화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결연하고 믿음직하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한반도의 앞날에도 찬성하느냐는 설문조사는 대통령 지지율과 사뭇 다르게 나올 게 분명하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