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내달 추가 부양"
옐런 "마이너스 금리 배제 안해"
구로다 "완화정책 철회 없어"
저우 "위안화 추가 절하 없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시장을 안정시킬 구원투수인가, 이빨 빠진 종이 호랑이인가.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과 이에 대처하는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놓고 말들이 많다.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경기회복의 불씨를 되살리려 애쓰고 있지만 시장의 공포가 가라앉기는커녕 더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시장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경기부양 의지를 확실하게 전달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5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출석해 다음달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예금금리를 -0.3%에서 더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마이너스 금리 아이디어를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원론적 검토 수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미국이 지난해 말 9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그만큼 최근 글로벌 금융 불안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Fed가 이를 통화정책 결정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다.
깜짝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후폭풍을 맞고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도 완화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강연에서 "필요한 경우 주저 없이 양적·질적완화 및 마이너스 금리 등 3가지 금융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도입하면서까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이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그 결과에 대한 국내외 금융시장의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와 같은 과감한 통화완화에도 세계 경제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금융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 제도와 역할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중앙은행 수장의 방향성 제시가 '립서비스'에 그치면서 시장 불안을 키운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드라기 총재는 말과는 다르게 통화정책을 동결했고 유로화가 급등하는 등 후폭풍을 맞았다.
"위안화 추가 절하는 없다"고 밝힌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인민은행 총재가 오랜 침묵을 깨고 중국 금융시장이 견실하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중국 증시 및 아시아 증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뚜렷한 경기둔화와 빠른 자본이탈을 고려하면 저우 총재의 발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저우 총재의 발언으로 당장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급격하게 절하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위안화 가치의 추세적 하락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