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위축 우려 3주차에 '미니 부양' 꺼내
3%대 성장률 달성·구조개혁 병행 추진 과제
환율전쟁 비화…국제사회와 공조 강화 역할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제유가 하락 장기화와 수출과 내수의 동반 위축, 민생입법 갈등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글로벌 경제 변수 확대에 북한 리스크에 이르기까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한 달 남짓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인 난제가 수두룩한 진퇴양난에 처했다.
눈앞에 위기를 채 넘기기도 전에 새로운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 난맥상이다.
유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고수했다. "개별소비자세 인하 종료에도 소비절벽은 없다"라든지 "추경 없이 경제성장률 3.1%를 달성할 수 있다"는 발언은 꺼져가는 한국 경제에 희망이 남아있음을 자신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어 유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4대 구조개혁 완수가 가장 시급하다"며 구조개혁을 천명했다. 취임 당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찾아가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등 쟁점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는 등 구조개혁에 속도를 높였다.
불안감에 휩싸인 경제 주체들을 안심시키려 발 빠르게 현장을 찾기도 했다. 취임 이틀만에 수출 최전선인 평택항을 찾을 것을 시작으로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바이오업체 셀트리온과 인천 남동공단의 수출 중소기업을 방문해 민생을 살펴보고 기업인의 애로에도 귀를 귀울였다.
취임 초기 방점을 찍었던 구조개혁에서는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공공·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했으며, 지난한 여야 설득작업을 통해 일명 원샷법을 통과시켰다.
취임 3주만에 21조원의 조기 재정집행 등 '미니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경기 불씨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듯 싶었다. "백병전도 불사하겠다"는 유 부총리를 두고 '순둥이'라고 부르며 유약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내 잦아들었다.
하지만 최근 대외변수가 불확실성을 넘어 위기로 전염되면서 유 부총리는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밖에서 불어 닥친 풍랑 앞에서 대응 가능한 수단은 줄었지만 리스크관리자로 역량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연초부터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증폭된데 이어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증시 폭락 등 동북아 경제 지형의 대외변수가 확대되고 있다.
설 연휴 전후로 이어진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지정학적 불안요소는 가중됐다. 신흥국 경기침체 장기화와 미국 금리인상에 이어 유럽 은행 부실 우려 등 예기치 못한 변수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대외변수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향후 국제사회와 공조 강화가 중요하다. 오는 26~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유 부총리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한국은행과 정책 공조도 관건이다. 유 부총리는 취임 초반에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된다"며 "금리정책 독립적 결정권 훼손하면 안된다"는 원칙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과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엔화의 이상 급등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재정·통화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10일 기재부와 한은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금융 외환시장 이상 징후에 즉각 대응하겠다"며 기조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과거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때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했지만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정부와 통화당국의 협조가 중요한 때"라며 "유 부총리가 노골적으로 금리나 통화 정책을 얘기할 순 없겠지만 경제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를 맡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과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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