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고강도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중국의 의지가 확실히 드러났음에도 한국은 미국과 협력해 중국을 움직여보겠다는 기존 전략 고수 의지를 그대로 유지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27일) 북핵문제와 관련한 미ㆍ중 논의에서 중국이 제재 거부 입장을 밝혔는데 포괄적 제재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해서 중국에 건설적 협력을 견인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각적 노력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는 "6자회담 틀 내에서 5자 공조강화를 통해 협의를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바 있는 '북한 제외 5자회담' 개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대변인의 이 같은 대답은 요지부동인 중국을 움직일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추가에 반대하고 있어, 유엔 안보리를 통한 조치 마련은 현실성을 잃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27일 미ㆍ중 외무장관회담을 열어 중국의 전향적 협조를 당부했지만 구체적인 제재 수위를 놓고 양국 간 현격한 의견차만 드러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제재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고 새로운 제재가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켜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왕 부장은 미국의 압박에 대한 불쾌감도 감추지 않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세계를 이끄는 국가는 마땅히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하자 왕 부장은 "중국은 그동안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의무를 다 했다"면서 "중국을 음해하는 근거 없는 왜곡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맞섰다.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한국이 꺼낸 '사드 배치 필요성' 카드에 대한 중국 측 반응도 아슬아슬 하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의 대북제재 문제에서 한국은 너무 '제멋대로'(任性) 굴어선 안 된다. 만약 사드 배치에 나선다면 양국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고, 한국은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북아 지역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 함께 대중 압박전을 지속하거나 그 강도를 높일 경우 '북·중·러 vs 한·미·일'이라는 신(新)냉전체제가 고착되고 역대 최고라는 한중관계 역시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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