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14일 새해 처음으로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선택카드는 '동결'이었다. 이변없는 결정이었다. 앞서 12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98%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연 1.75%에서 연 1.5%로 인하한 뒤 7개월째 사상 최저금리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대외 경제 여건 등에 비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통화정책과 중국 금융·경제상황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 자본유출입 동향,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최근 금융시장은 중국 증시 불안, 유가 하락 등으로 주가와 장기 시장금리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은 위안화 절하,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의 영향이 가세하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기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 중국의 변수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금융안정에 유의한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현 수준의 기준금리는 올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총재도 미국의 금리인상을 급하게 뒤따라가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에 걸쳐 밝혀오기도 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추경이나 소비세 인하효과가 끝나면서 국내 소비가 약간 둔화는 됐지만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것 같진 않다"며 "올 여름까지는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지금은 글로벌 시장 변화흐름을 지켜볼 때"라며 "통화정책을 변경하려면 유동성이나 자금여건의 의미있는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 정도의 변화는 없기 때문에 당분간 현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진다면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경제가 수출 부진과 국제유가 추락 영향으로 올해도 개선되기 어렵다는 게 주요 근거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 얼마 안됐고 중국도 불확실성 크기 때문에 지금 당장 우리나라가 금리 변경을 통한 불확실성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며 " "1~2월 추이를 보고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는 게 좋다"고 내다봤다. 그는 "만약 올해 추가로 금리를 내린다면 1번정도 가능할 것"이라며 "환율약세 등 때문에 한번은 가능한데 추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역전 부담이 크다보니까 적극적으로 여러번 내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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