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문제와 관련,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나갈 것이다. 오로지 기준은 그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하거나 논의한 것은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해 케리 장관이 처음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공개로 언급하면서 일각에선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해 사드 배치 압박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사드배치에 대해 '3No'정책을 고수하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3No는 'No Request(요청), No Consultation(협의), No Decision(결정)'을 말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지난해 2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와 관련, 우리 국방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미측에서 사드의 배치에 대해 요청을 해올 경우 핵심 논의 사항은 사드비용부담과 주변국을 설득할 주체다. 미사드 1개 포대는 6대의 발사대와 AN/TPY-2 고성능 X밴드 레이더, 화력통제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발사대 당 8발의 미사일이 장착된다. 이에 따라 1개 포대는 모두 48발의 미사일로 구성된다. 1개 포대 구매하려면 2조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려면 최소 2∼3개 포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포대 구매 비용한 4조∼6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게 자명하다.
미측에서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할 경우 우리측에 구매비용을 논의할 수는 없지만 운용에 따른 비용은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할 수 도 있다. 미국 정부는 록히드마틴과 계약한 7개 사드 포대 중 이르면 내년부터 인수할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포대를 한국을 포함한 국외 주둔기지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반도 주변국 특히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장본인이 바로 AN/TPY-2 고성능 X밴드 레이더다. 레이더는 최대 탐지거리가 600㎞나 되는 데다 파장이 짧은 X 밴드의 특성을 이용해 상대방의 탄도미사일을 원거리에서 정밀하게 탐지할 수 있다. 하와이에 배치된 대형 석유시추선 모양의 해상 배치 X밴드 레이더(SBX)와 달리 소형인 AN/TPY-2는 수송기와 트레일러 등을 이용해 이동이 용이하다. 그 만큼 기동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미국은 중국의 ICBM 등을 겨냥해 이미 일본 내 미군 기지 두 곳에 AN/TPY-2 레이더를 배치해놓았다.
이 레이더가 우리나라에 배치되면 중국 내륙 깊숙한 기지에서 발사되는 ICBM은 물론이고 서해상에서 발사되는 중국 핵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까지 즉각 탐지와 타격이 가능해진다. 한 마디로 사드포대를 구성하는 이 레이더가 한국에 배치되면 ICBM과 SLBM 등 중국의 전략 핵전력은 미국의 손바닥 안에 있는 셈이다.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미간에 외교적인 협조가 우선 밑바탕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국내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보유 주장과 관련, "우리도 전술핵을 가져야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저는 국제사회에서 '핵이 없는 세계는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누차 강조를 해왔고 또 한반도에 핵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는 한미방호조약에 따라 미국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고 또 2013년 10월부터는 한미맞춤형 억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것에 따라 한미가 여기에 공동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이쪽에 꼭 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안보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과 관련, "구체적인 시기 예측을 이번에 좀 못했는데, 지난 3차 핵실험과 달리 (북한이) 어떤 특이한 동향을 나타내지않고 핵실험을 해 임박한 징후를 우리가 포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이 또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이런 도발징후를 놓치지 않도록 우리의 대북정보수집능력을 강화해 이런걸 놓치지 않도록 해나갈 생각"이라며 미국의 북핵실험 사전 인지설과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미국이 (사전에) 그걸 몰랐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