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2일 오전 10시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친노(친노무현)와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그룹) 간 '어설픈 동거'가 점차 끝나간다. 이후 야권의 시선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에 쏠리고 있다.
권 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0여년 정치 인생 처음으로 몸 담았던 당을 저 스스로 떠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의 정치인생 55년만의 첫 탈당이다. 권 고문은 1961년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강원도 인제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평생을 현재의 더민주 계열의 정당에 머물렀다.
권 고문은 "저는 평생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하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끌어왔지만 정작 우리 당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며 "당 지도부의 꽉 막힌 폐쇄된 운영방식과 배타성은 이른바 '친노패권'이란 말로 구겨진지 오래됐다"고 토로했다. 권 고문의 탈당엔 김옥두·이훈평·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10여 명도 동참했다. 또 다른 DJ측근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오는 14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동교동계와 친노는 결별 수순으로 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분당·합당을 반복하며 쌓여온 앙금의 폭발로 해석한다. 국민의당 및 여러 신당의 출현으로 인한 야권 재편은 환경 변화 속에서 촉매제 역할을 했다.
양측간의 감정이 악화된 시발점은 2003년 대북송금(DJ가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북한에 5억 달러를 줬다는 의혹) 특검에서 시작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전 정권의 치부인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박지원 의원 등 DJ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구속됐다.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 등을 거치며 불신과 반감은 커졌다. 2015년 초엔 문 대표와의 마찰이 있었다. 4·28 재보궐 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 말, 동교동계 인사 50여 명은 "권 고문의 선거 지원에 반대한다"며 친노에 반감을 드러냈다.
향후 야권에선 손 전 고문과 박 의원, 박 전 원내대표의 결단에 시선이 몰린다. 동교동계가 이탈한 더민주가 문 대표 중심의 친노당으로 전락할지 여부가 이들에게 달린 까닭이다. 손 전 고문과 박 전 원내대표는 더민주의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의중이 불투명하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는 탈당을 놓고 고심 중이다. 박 의원은 11일 "여기저기 기웃기웃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한편, 최원식 의원도 이날 탈당했다. 최 의원은 "민주주의의 토대인 관용을 허용하지 않는 패권정치에는 굴복할 수 없었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는 국민의 당에 참여하는 광범위한 연대로 박근혜정권을 견제하고 다가오는 총선·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권 고문이 탈당의 변을 읊던 그 시각, 문재인 대표는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를 새 영입인재로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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