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만 3~5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지원하는 무상보육사업 '누리과정'을 놓고 31개 시·군이 둘로 갈라서고 있다.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수원·안산·안성 등은 보육대란이 현실화할 경우 편성된 예산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용인·평택·이천 등도 예산은 없지만 예비비 등을 통해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성남·시흥 등은 누리과정 지원은 정부에서 맡아야 한다며 누리과정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내 31개 시장·군수들은 11일 오후 8시30분 수원 모처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누리과정 논란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수원시는 지난 7일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올해 시 예산에 편성된 '누리과정 운영 예산' 159억원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수원지역 누리과정 대상자인 3∼5세 어린이 1만1339명에게 4.5개월 동안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
안산시와 안성시도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누리과정 예산 260억원과 93억4700만원을 각각 편성했다. 이들 두 단체는 누리과정 예산이 내려오지 않아 보육대란이 일어날 경우 긴급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지만 지원을 검토 중인 시ㆍ군도 나오고 있다.
평택시는 1월 원포인트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예산안 변경, 예비비 집행 등의 방법을 통해 3개월치 누리과정 예산 51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용인시는 예비비로 누리과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성남·시흥 등은 누리과정 자체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의 예산 투입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도지사가 중앙정부 책임인 누리과정 예산을 대신 책임지면 경기도민 세금으로 중앙정부 일을 해주는 게 된다"며 "자치와 분권의 훼손이며 경기도민의 혈세 낭비이자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김윤식 시흥시장도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누리과정 예산 2개월분을 도비로 먼저 편성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의 일환으로 만 3~5세 무상보육을 약속했지만 결국 부족한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겼다"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작금의 논란은 이제 보육문제를 넘어 지방자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단계로 진입하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남경필 지사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보육대란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최소한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일단 1∼2월분 910억원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도비로 지원한다. 또 정부에서 2개월 뒤에도 누리과정 해법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지방채를 발행해 1년치 누리과정비를 책임지기로 했다. 다만, 도는 이 과정에서 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여력이 있는지 여부를 살피기로 했다.
경기도는 오는 13일 예정된 임시회 이전에 2개월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910억원이 반영된 수정예산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출한다.
한편, 도내 31개 시장·군수협의회는 11일 오후 8시30분쯤 수원 모처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누리과정에 대한 의견조율에 나선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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