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잠재성장률이란 자본ㆍ노동력 등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경제체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경제의 체력이 뚝 떨어졌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한은이 실제로 이를 확인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어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추정 결과' 보고서를 통해 "잠재성장률이 최근 3% 초반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01~2005년만 해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5% 안팎(4.8~5.2%)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인 2011~2014년 3.2~3.4%로 뚝 떨어졌다. 한은은 2015~2018년엔 이보다 한 계단 더 내려가 3.0~3.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10여년 만에 잠재성장률이 2%포인트나 하락했다는 사실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잠재성장률을 좌우하는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노동과 자본을 뺀 기술과 노사, 법제도 등의 생산성) 등 3요소가 모두 악화하면서 총체적인 경제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 하락, 인구고령화와 투자 부진, 서비스업의 생산성 정체, 한계기업 누증, 경제 각 분야의 불균형 확대 등을 꼽았다.
한층 심각한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외 연구기관 모두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2030년대에는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일부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미 잠재성장률이 2%대로 추락했다고 진단한다. 2017년부터 예상되는 생산인구 감소와 노동시간의 단축은 잠재성장률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새해 벽두부터 잇따라 불거진 중국증시 추락, 북한 수소폭탄 실험과 같은 돌발 악재에서 보듯 경제를 위축시킬 많은 변수가 상존해 한은의 추정은 오히려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복지수요를 감당하고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최소한 3%대의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성장이 필수적인 만큼 더 이상의 잠재성장률의 추락을 막아야 한다. 한은은 구조개혁을 통한 체질개선을 주문했다. 여기에 더해 사회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제완화와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한 투자 기회의 확충,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고령자와 여성ㆍ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와 출산장려, 한계기업 정리와 근로자 훈련 등이 그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부단한 개혁과 법률로 이를 뒷받침하고 기업은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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