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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혁신센터와 미래부의 비욘드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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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50주년에 대한 우려도 높아져

[과학을 읽다]혁신센터와 미래부의 비욘드액션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현 정권에 그칠 것인지 지속될 것인지 관심사항이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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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너, 이거 했지?"
A가 묻습니다.
"아냐. 안했어."
B가 대답합니다. A는 그러냐는 듯 별 관심 없이 지나치려 합니다. B가 다시 A를 부릅니다.
"진짜야! 내가 안했다니까. 믿어줘!"

A는 '알았어'라고 답합니다. 그런 A에게 B는 또 다시 "맹세코 내가 안했다니까. 정말이야!"라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합니다. A는 "알았다니까. 웬 오버액션(Overaction) 이냐?"라고 말합니다. 이쯤 되면 A는 속으로 '자식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라고 심리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오버액션을 넘어 'Beyond Action'에 이릅니다.


6일 미래부 기자실 브리핑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출입기자들과 긴급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레디(Ready)'는 끝났다"며 "이젠 '액션(Action)'에 나서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미래에 대한 입장이었습니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민간 중심 모델로 유지될 것"이라며 "창업과 새로운 지원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긴급기자간담회가 마련된 전후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31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황과 과제'라는 현안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입법조사처는 이 보고서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 정부의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차기 정부가 집권하는 2018년 이후에는 현 정부와 거리를 두기 위해 대통령령을 개정·폐지해 센터에 대한 재정지원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마디로 다음 정권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 근거로 입법조사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창조경제 민관협의회 등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뒀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조직 설립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것이죠.


이 보고서를 5일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미래부는 언론에 관련보도가 나가자 5일 오후 4시58분 설명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미래부는 설명자료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법률 근거가 없어 예산 지원을 지속할 수 없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정과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이 지난해 11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2월22일 공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6월23일 시행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래부는 이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일일이 나열했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5년 12월말 기준으로 578개의 창업기업을 보육지원하고 541개의 중소기업에 대해 712건의 기술개발, 판로개척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입법 조사처의 문제제기와 언론보도에 이어 미래부의 설명 자료까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하루였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사라질 수도 있다'는 관련 보고서에서 시작해 '창조경제혁신센터 차기정권서 폐쇄될 수도'라는 언론보도, 이어 미래부의 설명 자료로 끝맺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 되는가 싶었는데 미래부가 5일 늦은 밤 10시29분에 갑자기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보내 왔습니다. 메시지 제목은 '최양희 장관 기자간담회 개최'였습니다. 6일 오전 10시30분에 창조경제와 혁신센터성과는 물론 최근 언론보도에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메시지를 받은 시점(늦은 밤)도 그렇고 이미 설명 자료까지 내놓은 마당에 장관까지 나서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하니 '오버액션 한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물론 장관이 직접 설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습니다. 미래부에는 창조경제를 주관하는 창조경제조정관(실장)이 있습니다. 최종배 전 실장이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최 실장은 지난해 9월25일 과학기술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창조경제조정관이 졸지에 공석이 된 것이죠. 이후 약 3개월 동안 창조경제조정관은 비어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28일 마침내(?) 고경모 창조경제기획국장이 승진하면서 조정관이 됐습니다. 3개월 동안 인사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죠. 내부 인사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는 참담한(?) 상황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 닫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는 곧바로 장관까지 나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입법조사처의 보고서를 요약해 보면 "(창조경제혁신센터는)나름대로 성과도 있고 창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한 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현 정권의)정치적 산물이 아닌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관련법과 여러 가지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었습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입니다. 201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전국에 17군데 설치됐습니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처음 외쳤을 때 "도대체 창조경제가 뭐야"라는 의구심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전국에 혁신센터가 들어섰습니다. 이 혁신센터가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래부 장관까지 나서서 긴급 기자회견을 할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미래부는 할 일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과학기술 50주년'에 있습니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됐고 1967년 과학기술처가 만들어졌습니다. KIST 설립은 우리나라 과학계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셈입니다. 박근혜정부는 KIST 50주년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정희정권이 만든 것이기도 하니까요.


이 부분에서 이번 창조경제혁신센터 논란에 대응하는 미래부의 모습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성과에는 주목하는 '오버액션'에 집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입니다. 지난 50년을 평가할 때 공(功)과 과(過)는 정확해야 합니다. 공(功)에만 집중된 홍보는 눈에 거슬리게 마련입니다. 오히려 '공'보다는 '과'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진단이 있을 때 미래는 더 큰 발전이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 중의 하나가 '지난날의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목적에 있습니다.

이번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최양희 장관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와대에)오버하지 말라고 전해라"라고 말이죠.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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