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압달라 알무알리미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가 이란에게 자국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알무알리미 대사는 4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란과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는 이란이 타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멈추고 시리아와 예멘에서의 평화유지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할 때만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적은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정부의 이슬람 시아파 인사 처형으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하면서 사우디 정부는 3일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고 이날 교역과 항공 운행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같은 수니파 국가인 바레인과 수단도 이란과의 외교 관계 단절에 나섰다.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의 이날 발언은 이란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이지만 이란의 자국 대사관 공격 중단 약속과 같은 조치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알무알리미 대사는 또 사우디가 이달 25일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시리아 평화회담에 예정대로 참석하겠지만 성공 여부에는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사우디와 이란의 충돌이 길어질 경우 시리아 평화회담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외교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시리아 평화정착이 더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시리아 내전은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다. 초기부터 각각 반군과 정부군을 지원해온 사우디와 이란이 정면충돌하면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사우디가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한 버락 오바마 정부에 서운함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 정부가 시리아 사태 해결을 내년 미 대선 이후까지 가져가려 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사우디 정부의 외교정책 자문을 지낸 나와프 오바이드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사우디 정부는 이미 미국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떠나고 나면 모든 것을 다시 제로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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