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과 잠수함을 활용해 미국의 접근을 막는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이라는 방패를 깰 미국 '창'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각종 항공기와 수상함과 잠수함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하나의 표적을 언제 어디서든 공격하는 게 그 중 하나다. 이런 전략을 수행하는 핵심수단으로 무인항공기가 주목받고 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대형 무인항공기(드론)는 물론 이지스 구축함과 호위함 등 비교적 소형인 함정에서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드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드론이 개발되면 이지스 구축함은 드론이 제공하는 표적 정보를 이용해 아군을 향해 날아오는 적 항공기와 각종 미사일, 함정에 대한 정보를 원거리에서 획득해 함대공,함대함 미사일 등으로 정밀타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국이 '둥펑21'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로 미 해군의 항모와 수상함정을 공격하는 A2AD전략을 펴고 있지만 미 해군은 드론과 함정, 미사일을 중국군의 A2AD망을 파고들 창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노드롭그루먼 수직이착륙(VTOL) 드론 사업 수주=미 해군은 항공모함에서 X-47B라는 대형 드론 이착륙 시험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항모보다 크기가 매우 작은 함정에서도 드론이 이착륙할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이는 미국 방산업체가 수직이착륙하는 소형 드론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바로 미국의 방산업체 노드롭그루먼(이하 NG)이 그 주인공이다. NG는 한국도 도입할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인 '글로벌호크'의 제작업체로 드론에 관한 상당한 기술을 축적해 놓고 있다.
NG는 지난해 12월24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정부로부터 9300만달러(한화 약 109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한국의 방위사업청에 해당하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미해군연구소(ONR)가 공동프로그램인 '제비갈매기(TERN) '사업의 하나다. TERN은 장거리 비행하는 철새의 이름을 땄지만 전술용정찰교점(Tactically Exploited Reconnaissance Node)이라는 영어의 첫 머리 글자를 조합한 말로 정찰,표적획득,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이다. NG는 미국 드론 전문 제작업체인 에어로바이런먼트를 따돌리고 사업을 수주했다.
NG는 구축함에서 수직이착륙하는 중고도 장기체공 드론(MALE)을 만들 계획이다. DARPA는 지난해 12월2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TERN 시범 기체는 모함의 전장 상황인식 능력과 도달범위, 연결성을 높일 것"이라면서" 이로써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전세계 거의 어디서든 지속적인 정보정찰감시(ISR)와 타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적인 돌파구를 여는 목표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해상 시험에 성공한 차세대 구축함인 줌왈트급 구축함 1번함의 경우 후미 비행갑판이 헬기 2대나 다수의 소형 드론을 수용할 크기인 것도 미국의 이 같은 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NG 직립형(Tail-Sitter) 드론 개발=NG가 개발하려는 함정용 드론은 수직이착륙 드론이다. NG는 지난해 12월21일 캘리포니아주 엘 세쿤도에 있는 연구제조 공장에서 기자들에게 컨셉 기체를 공개했다. 꼬리부터 수직으로 내려앉는 기체다. 엔진은 기체 앞부분에 두 개를 탑재한다. 함정에서 이륙한 뒤 수평으로 자세를 바꿔 비행한다.
이 기체가 완성돼 배치된다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 해군의 각종 함정들은 드론 이동 발사 및 회수 모함으로 탈바꿈한다. 미 해군은 육상에서 구축함의 비행갑판 크기의 장소에서 시험을 한 뒤 해상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NG가 개발하려는 드론은 NG가 함재기로 개발해 실험을 벌인 X-47B와는 상당히 다르다. X-47B는
배수량 10만t급에 널직한 비행갑판을 가진 항공모함에서 자동으로 이착함하는 고정익 드론이다. NG가 만드려는 드론은 호위함과 구축함 후미에서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소형 드론이다.
일각에서는 이 드론이 방산업체 제너럴 어토믹스의 'MQ-9 리퍼' 드론과 비슷한 크기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리퍼는 길이 11m, 날개 너비 20m의 제법 큰 드론이다. 반면, NG가 만드려는 드론은 동체의 길이는 비슷하지만 동체 자체를 날개로 사용하는 플라이윙 외형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드론은 또한 NG가 개발해 실전배치된 MQ-8C 파이어스카웃(Fire Scout)과도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파이어스카웃은 무인 헬기인 반면, 새로 개발하려는 것은 틸트로터기다. 비행거리와 체공시간도 파이어스카웃보다 월등하게 길다.
DARPA는 TERN이 272kg의 탑재능력과 1670km의 비행능력을 갖춰 장거리 비행 전투정찰기와 단거리 드론 사이에 있는 틈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해군은 지금도 발사관에서 한꺼번에 30대씩 발사할 수 있는 소형 저가 벌떼 공격 드론인 로커스트를 올해 실전배치할 예정으로 있지만 소형이어서 탑재량과 체공시간이 부족하다.
NG는 이 드론 개발을 위해 앞으로 3900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으로 과거 설계와 최근의 기술진보를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미 1950년대에 수직 이착륙하는 비행체 설계가 완성됐다. NG가 제작하려는 드론은 동체를 날개로 사용하고 동체 크기의 근 3분의 1이나 되는 큰 프로펠러를 기체 앞에 단다는 게 다를 뿐이다.
항공기 전문매체 ' 플라이트 글로벌'에 따르면, NG가 개발하려는 TERN은 동체 포함 너비 9.14m 정도다. 12m라는 보도도 있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드론이 작전배치되면 미 해군 함정은 드론 모함이 돼 드론 발진을 위해 항모와 육상 기지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드론 자체가 헬기의 비행거리와 탑재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인 만큼 함정 자체의 정찰, 감시, 정밀 타격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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