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약단 대표가 서울시향 사태의 진실 규명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9일 사임 의사를 밝힌 정명훈 예술감독에게 30일 공개서한을 보내 "작년 12월 인격 살인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생매장당해 13개월 동안 무덤 속에서 허우적거렸다"며 "진실 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 감독의 아내 구순열씨가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고 정 감독이 사임하면서 이번 사건 중심에 섰던 박 전 대표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한 번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이번 사태는 초반엔 박 전 대표의 성희롱과 막말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박 전 대표의 성추행과 인사 전횡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정 감독을 음해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사실이 아니라며 맞섰고 사태는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사건은 검경 수사가 진행되면서 반전을 맞는다. 지난 8월 종로경찰서는 "피해자 진술 외에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박 전 대표의 성추행 혐의 등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박 전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다. 오히려 지난 11월 박 전 대표를 고소했던 서울시향 직원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됐다.
박 전 대표가 예술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서울시향 대표직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서울시향 대표이사 자리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 감독이 선임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1년 동안 공석이었다. 박 전 대표는 2013년 2월 신임 대표로 취임했으며 이전까지는 재계에 몸 담았다.
박 전 대표는 국내 손해보험업계 최초 여성 임원으로 발탁되며 승승장구했다. 소위 말하는 '스펙'은 화려하다. 박 전 대표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사회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화재 고객관리파트장,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과 마케팅전략그룹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서울시는 박 전 대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울시향 재정을 위해 기업 후원과 마케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주길 바랐다. 예술인들 속에서 경영인의 전문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하버드 객원 연구원 경력을 문제 삼아 그를 '낙하산'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2012년 12월까지는 박 시장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하버드 인맥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시향 내 임원추천위원회가 찾아낸 인물이다. 이번 사태가 터진 직후 박 전 대표는 이를 '예술계 마피아들의 마녀사냥'으로 지칭했다. 박 전 대표가 외부에서 왔다는 이유로 그를 매장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사족이지만 박 전 대표 아버지는 동력자원부장관과 증권감독원장을 지낸 고(故) 박봉환씨이며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외삼촌이다.
엎치락뒤치락 1년 간 진행돼 온 이번 사태의 결말이 주목되고 있다. 정 감독의 아내 구순열씨가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고 정 감독이 사임하면서 서울시향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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