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확장 개통된 광주-대구 고속도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과거 이름인 88올림픽고속도로는 고속도로로서는 국내 유일한 왕복 2차로였다. 이번 확장 개통으로 교통안전성이 대폭 향상되고 운행거리와 주행시간이 크게 줄어들게 됨으로써 사람과 물자 왕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동서 화합을 통한 국민대통합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1984년 올림픽 유치를 기념하고 영-호남 화합을 위해 건설된 88고속도로는 그동안 기록적인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치사율로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교통사고 1174건, 이로 인한 사망자가 335명 발생했다. 2000년에는 교통사고 95건, 사망자 62명이 발생해 치사율이 65%에 이르렀다. 평균 고속도로 치사율 12%보다 5배 높은 수치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 험준한 산악지형 관통에 따른 다수의 급커브와 급경사 구간, 턱 없이 부족한 휴게시설 등에 기인한다. 88고속도로는 중앙분리대가 없는 유일한 2차로 고속도로였다. 이번 개통으로 중앙선 전 구간이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시공돼 중앙선 침범사고를 완전히 방지하게 된다. 굴곡이 심한 급커브구간은 대규모 선형공사로 직선화된다. 휴게시설도 큰 폭으로 늘어난다. 전체 182㎞ 구간에 3곳의 휴게소만 있었으나, 확장으로 휴게소 5곳(2곳은 2006년 초 개장), 졸음쉼터 5곳으로 늘어난다. 고속도로 길이는 182㎞에서 172㎞로 줄어들고 4차선 고속도로가 되면서 통행속도가 시속 80㎞/h에서 100㎞/h로 빨라진다. 이로써 광주에서 대구까지 운행시간이 30분 이상 단축돼 물류비용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대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더 빠르고 안전해짐에 따라 동서화합을 통한 국민대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적ㆍ물적 교류의 대폭 확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광주-대구 고속도로에 인접한 지리산과 가야산국립공원을 비롯해 해인사, 덕유산 등 유명관광지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고 주변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지역행사에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지역 간 교류확대의 효과는 이미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지난 달 국회에서 '화합과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발표문'을 채택하고 두 지역 현안 해결에 필요한 국비확보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경북도의회와 전남도의회도 구체적인 상생과제 실천을 협의하는 등 긴말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기관 사이의 교류도 활발하다. 경북도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은 영-호남 상생 장학기금을 마련해 두 지역 인재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광주-대구 고속도로에는 동서화합을 염원하는 동산도 들어섰다. 한국도로공사는 확장개통을 기념하고 동서 화합과 두 지역 교류에 가교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로 고속도로 중간지점인 함양산 삼골휴게소에 '동서화합의 동산'을 조성했다.
휴게소 내 200㎡에 들어서는 동산은 고속도로를 관통하는 10개 지방자치단체를 상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광주시ㆍ담양군ㆍ순창군ㆍ장수군ㆍ남원시 등 호남 5개 지자체와 함양군ㆍ거창군ㆍ합천군ㆍ고령군ㆍ대구시 등 영남 5개 지자체에서 기증한 상징나무와 정원석과 각 시ㆍ군의 깃발 게양대도 설치됐다. 15m 높이의 광주-대구 고속도로 준공 조형물도 설치됐다. '한마음 한길(사랑과 생명과 행복의 길)'이란 제목의 조형물은 사람인(人)자와 하나 됨을 뜻하는 합(合)자 이미지와 교통 요충지를 뜻하는 사통팔달(四通八達)의 문자 이미지를 조형화했다.
영호남의 오랜 숙원이었던 이 도로의 개통으로 지리산권을 비롯한 내륙산간지역의 개발이 크게 촉진되고 관광도 활성화되는 등 그 파급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도로가 동서 간에 번영과 행복을 이어줄 뿐 아니라 국민대통합에도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관심과 공조를 기대한다.
정제평 호남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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