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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홀로코스트 추모비도 옮기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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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한국과 일본 정부 간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잡음이 커져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여부나 사죄의 표현 방식 등 논란의 이슈와 수준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두고 서울과 도쿄에서 벌어지는 입씨름은 착잡함을 넘어 분노마저 치밀게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표현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이 단순히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에선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이 저지른 인권범죄에 대한 판이한 대응방식이 자주 비교되곤 한다. 패전 이후 서독(현재 독일) 정부와 지도자들은 일관되게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에 대한 참회와 반성의 입장을 유지해 왔다.


1970년 12월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해 독일군에 의해 학살된 게토(유대인 집단 거주지역)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은 유대인 학살에 대한 가해자 독일의 처절한 반성과 사죄를 상징하는 소중한 자료로 남아 있다. 바르샤바에는 빌리 그란트의 용기를 기리는 광장까지 조성돼 있다.

그런데 무릎 꿇고 헌화한 브란트 총리가 돌아서 나오면서 "내가 이 정도 사죄했으니 이제 유대인 추모비를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고 가정해 보자. 분노에 찬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브란트나 독일 정부를 향해 매서운 돌팔매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 정부와 지도자들이 그런 불평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죄와 반성을 위해 고개를 조아린다. 90살이 넘은 고령의 나치 정권 조력자들을 지금도 찾아내 법정에 세운다.


독일에 의한 유대인 학살이나 일본군이 자행한 성 노예 강제동원 사건은 모두 유엔(UN) 등에서 중대한 전쟁범죄이자 국제적 인권 침해 사례로 명시돼 있다. 유엔과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에 대한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단순히 독일과 일본의 과거 잘못을 들춰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과거 참상을 체험하지 못한 후세에게 진상을 알리고 교육시켜서 끔찍한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베 총리의 접근은 이와는 정반대인 것 같다. 사과 표명 한 번으로 과거의 잘못을 모두 덮고 아예 봉인하려 든다는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일본의 다음 세대에게 위안부를 비롯한 과거사의 굴레를 지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유엔 등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막으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의 입에 재갈을 물려놓은 뒤 그토록 바라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겠다는 속셈도 드러난 셈이다.


이런 인식에서 접근했으니 아베 총리의 눈엔 소녀상 자체가 그저 눈엣가시였을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의 사죄가 신뢰를 얻으려면 소녀상을 찾아와 헌화하고 무릎을 꿇는 용기를 일본의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는 것이 맞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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