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근로자에 비해 필요경비 공제 많아
신용카드 소득공제·의료비 공제는 적용 안돼
의료비·교육비·보험료 지출 많으면 근로자가 적게 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연간 소득 등이 동일한 상황에서 종교인이 내야하는 소득세가 직장인 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소득이 5000만원이며 4인가구 근로자는 소득세로 74만원을 내지만 종교인은 57만원으로 17만원을 덜내게 된다. 근로소득에 비해 필요경비에 대한 공제가 많아서다.
23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에 따르면 종교인 소득 가운데 본인학자금과 월 10만원 이하의 식사·식사대, 실비변상액, 사택제공이익 등은 비과세소득으로 결정됐다.
과세를 하지 않는 필요경비 구간의 기준과 금액은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종교인의 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일 경우 과세하지 않는 경비를 80%까지 인정키로 했다. 또 2000만~4000만원이면 '1600만원+2000만원 초과분의 50%', 4000만~6000만원이면 '2600만원+4000만원 초과분의 30%'를 기준으로 삼았다.
종교인 소득이 6000만원을 초과하면 '3200만원+6000만원 초과분의 20%'까지를 필요경비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앞서 사례를 살펴보면 종교인과 근로자가 연간소득 5000만원 4인 가구로 같고,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300만원, 기부금·연금계좌세액공제 30만원, 의료비·교육비·보험료세액공제 60만원인 경우에 종교인은 57만원, 근로자는 74만원을 소득세로 내야한다.
종교인은 필요경비 2900만원과 기본공제 600만원을 제외한 과세표준 1500만원에 대해 소득세율을 적용하면 117만원의 산출세액이 나온다. 여기에서 자녀세액공제 30만원과 기부금 등 공제 30만원을 차감하면 최종 납부세액은 57만원이 된다.
반면 근로자는 근로소득공제 1225만원, 기본공제 600만원, 국민연금 보험료 공제 425만원,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300만원을 제외한 과세표준은 2450만원으로 260만원의 산출세액이 나온다. 근로소득세액공제 66만원, 자녀세액공제 30만원, 의료비 등 세액공제 60만원, 기부금 등 세액공제 30만원을 제외하면 납부세액은 74만원이 되는 것이다.
다만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와 근로소득세액공제, 보험료·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는 종교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의료비나 교육비 지출이 많은 경우에는 근로자의 세부담이 종교인보다 낮아지게 된다.
앞서 동일 사례에서 의료비·교육비·보험료세액공제가 60만원에서 85만원으로 늘어날 경우에는 종교인은 57만원을, 근로자는 49만원을 내야 한다.
한편 종교인이 퇴직하면서 받은 소득은 종교인소득(기타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근속연수공제, 소득수준별 차등공제 등을 적용받아 세부담은 낮아지게 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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