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5개 부처 개각의 핵심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다양한 평가 및 주문이 쏟아졌다. 개각 때면 늘 있는 일이지만 특히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에서 경제사령탑에 주어진 책무가 매우 막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 내정자가 과연 그 같은 요구와 기대에 걸맞은 면모를 보여주느냐는 것은 그 자신의 과제를 넘어서 한국경제에 대한 시험대다.
유 내정자의 발탁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은 '경제정책 및 실물경제에 대한 식견과 정무적 역량'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 재선의원, 장관 경험 등에서 그런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반면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을 돌려막기식으로 기용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장관을 그만둔 지 한 달 만에 다시 불러들인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구조개혁법 통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러 공방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현 정부의 인사패턴 내에서 경제팀을 신속히 교체하고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수비형의 '무난한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새 경제팀 수장에게 외환위기 이상이라고까지 얘기되는 지금의 경제상황을 타개할 구상과 전략, 역량까지 기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 내정자는 어제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경제정책의 안정성, 일관성을 강조한 것이다. 예단하긴 이르지만 최 부총리 체제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아 호흡을 맞춰온 이력을 생각할 때도 그는 관리형ㆍ안정형 정책운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경제 상황에서 그 같은 '계승ㆍ관리형' 성격의 경제 리더십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최 부총리가 경제팀을 이끌던 지난 1년반 동안에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뚜렷한 과오가 있었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경제는 계속 활력을 잃어가고 무력감이 퍼져갔다. 더욱이 실세 부총리로서 재정과 통화 등에서 가용자원을 총동원했던 결과가 그 정도였다.
새 경제팀은 더욱 힘겨운 여건을 마주해야 한다. 나라 밖에서는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커지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기업구조조정, 가계빚 폭탄 관리 등 현안에 대응하면서 신성장동력 창출, 경제체질 개선까지 고민해야 한다. 반면 정책수단을 쓸 여지는 매우 좁혀진 데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일정까지 기다리고 있다. 유 내정자는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시야와 담대한 돌파력, 경제수장으로서의 리더십과 운용역량이 자신에게 있는지 청문회에 앞서 스스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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