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망양(多岐亡羊)'이라는 말이 있다. 달아난 양을 찾다가 갈림길이 많아서 양을 찾지 못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로, 중국 고전 열자(列子)에 나오는 고사이다. 방향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복잡한 길에서 믿을 만한 길 안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하겠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많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법령정보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정보가 다양해지고 많아질수록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정보,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식별해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이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식별하고 추출해내며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그만큼 중요성을 갖는 고부가가치의 작업이라 할 것이다.
지방자치제도도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하여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틀이 마련되어 가면서 조례로 대표되는 자치법규 정보의 양 또한 크게 증가했다. 2015년 현재 전국 17개 시ㆍ도와 226개 시ㆍ군ㆍ구에서 시행 중인 자치법규만 해도 약 9만1000여건에 이른다. 이중에는 법령의 위임에 따라 그 범위 안에서 지역 특성에 맞추어 제정된 자치법규가 상당하다.
따라서 이른바 위임 자치법규에 관한 정보를 식별하고 추출해내기 위해서는 그 자치법규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자치법규로 정하도록 위임한 상위 국가법령까지 함께 연계하여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작업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법제처는 지난 8월부터 법령과 조례를 상호 연계해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를 통해 제공하는 이른바 '법령ㆍ조례 원클릭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여 한 번에 국가법령과 이와 연계된 자치법규를 찾고, 각 지방자치단체별 자치법규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에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의 경제활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건물 부지 안에서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동 가능한 입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었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러한 법령 개정 내용을 조례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 지역의 자영업자들은 규제완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고,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는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법제처는 조례 위임사항을 포함한 법령이 개정되는 즉시 그 정보를 알려주는 '상위법령 개정알림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이 서비스를 신청한 국민들이 법령 개정 사실을 곧바로 통보받음에 따라 꼭 필요한 조례를 제때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뿐만 아니라 협회 등 각종 단체를 비롯한 관심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조례 개정이 필요한 법령이 개정되면 메일을 통해 그 정보를 전달받게 된다.
앞으로는 '법령ㆍ조례 원클릭 서비스'를 통해 필요한 국가법령 정보와 자치법규 정보를 한눈에 알게 되고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해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을 저해하는 장벽이 사라질 것이다. 이는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 운영의 패러다임인 정부 3.0의 실현과도 맞닿아 있다.
'법령ㆍ조례 원클릭 서비스'가 수많은 갈림길에서 법령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나침반 역할 뿐만 아니라 정부 3.0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정부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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