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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탈락 면세점, 명품브랜드에 수백억원 사과 비용 지불하는 이유

시계아이콘00분 58초 소요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잘못한 건 없지만,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고 수백억원의 보상금도 내놓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특허권 경쟁에서 밀려난 한 면세점 관계자의 말이다. 상황은 이렇다. 매장이 정리 수순을 밟으면서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입점 브랜드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소(少)점포 전략의 명품 브랜드들은 매장 하나 오픈하는데 얼마나 공을 들이는데, 이렇게 쉽게 문을 닫느냐는 게 불만의 요지다. 브랜드들은 관세청에까지 서한을 보내 "5년 시한부 사업장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항의했을 정도니, 단단히 뿔이 난 모양새다.


해당 면세점들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일단 수년 간 일한 인력들을 '다른 어딘가에' 배치해야 한다. 효율이나 적성을 따질 겨를도 없다. 판매하던 물건 역시 고가인 탓에 쉽게 이리저리 돌리거나 떨이로 내놓을 수 없다. 업장을 닫아 발생할 매출 타격은 둘째치고, 일단 화가 난 명품 브랜드들을 달랠 손해배상 비용만 수백억원이다.


처음부터 예견된 리스크였다면 업체나 업계를 걱정해 줄 필요도 없다. 리스크를 감안하고 사업을 선택한 결과는 온전히 기업이 짊어질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 면세업에 발을 들였을 때에는 안정적인 운영과 영속성이 담보됐다.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쏟아부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기 시작하면서 '독과점 논란'이 나오더니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하루아침에 5년짜리 시한부 신세가 됐다. 정부는 뒤늦게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관련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시장을 흔들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다. 오히려 여론에 따라 논의 방향이 널뛰기한다. 면세점을 하나의 산업으로 키울것인지, 조세제도 바깥의 '예외적 상업시설'로 한정지을것인지 조차 상정하지 못했다.


올 한 해의 내수경기를 되돌아보자. 게걸음을 걷는 소비심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그나마 활력을 불어넣어줬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면세점에서 쇼핑할 목적으로 한국을 찾았던 관광객들이 길거리에서 떡꼬치를 사먹고, 화장품 매장에서 마스크팩을 쓸어담고, 남대문 시장에서 옷가지를 쇼핑했다. 그런데 이들을 한국으로 이끈 주역들은 정작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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