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다섯차례 인상국면…美증시 10% 올라
1994년 인상땐 멕시코 외환위기·구제금융 유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983년 이후 30여년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은 다섯 차례 있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에 따르면 다섯 차례 인상기 동안 S&P500 지수는 평균 9.9% 올랐다. 원자재 가격은 25% 이상 급등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곧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Fed가 가장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2004년 6월~2006년 6월까지 2년간도 세계 금융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Fed는 이 기간 동안 1.00%였던 기준금리를 5.25%까지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S&P500 지수는 2년간 1100선 초반에서 1300선으로 상승했다. 금 값과 유가도 올랐고 브릭스 주도 하에 신흥시장 자산도 강세를 보였다. Fed가 기준금리를 4.75%에서 6.50%로 높였던 1999년 6월~2000년 5월 인상기도 마찬가지 흐름이었다.
하지만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항상 좋은 결과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매파' 폴 볼커 당시 Fed 의장의 결정은 지금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당시는 1970년대 후반의 두 차례 오일쇼크 탓에 미국의 물가가 폭등한 시기였다. 1979년 8월 취임한 볼커 전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당시 11.38%였던 기준금리를 이듬해 3월 20%까지 끌어올렸다. 물가는 잡혔다. 1980년 3월 14.8%였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1983년에 3%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더블 딥에 빠졌다. Fed의 2가지 통화정책 목표 중 '물가 안정'은 달성했지만 '완전 고용'에는 실패한 반타작 정책이었던 셈이다.
2009년 1월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Fed의 제로금리·양적완화 정책 도입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양적완화 초기에는 달러가 대량으로 풀리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래서 '물가 잡는 매'였던 볼커 전 의장이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볼커는 재무장관이 아닌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고 세계 경제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Fed는 1930년대 대공황기 때에도 잘못된 선택을 했다. 1937년 매리너 에클스 당시 Fed 의장은 미국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고 지급준비율을 세 차례나 인상했다(현재의 연방기금금리 제도는 1954년 도입됐다). 이후 다우 지수는 1년 새 반토막났고 대공황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장기간 이어졌다.
1994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신흥국이 타격을 받았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그해 2월부터 1995년 3월까지 금리를 3%에서 6%로 끌어올렸다. 충격은 미국이 아닌 외부에서 크게 나타났다. 멕시코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나타나면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1995년 1월 멕시코에 500억달러 구제금융 지원에 나섰다. 당시 위기는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로 번졌고 멕시코산 테킬라에 남미 경제가 휘청거렸다는 의미에서 테킬라 위기로 불린다. 이후 1997년 태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 위기까지 빠진 것도 미 금리 인상의 연쇄적 충격이라는 분석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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