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미국이 9년6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 기준금리를 둘러싼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한은은 올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기조로 내세우며 기준금리 방향을 인하 혹은 동결 두 가지에서 고민해왔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취한 이후 동결 결정을 이어가며 효과를 살펴보는 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론 인상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별개로 우리 경제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란 게 한국은행의 입장이지만 미국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한국 역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04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책금리 인상은 2006년 6월까지 2년 동안 지속됐고 2005년 9월부터 시작된 한은의 금리인상도 2008년 8월까지 이어졌다. 이에 따라 16일(현지시간) 0.25%∼0.50%로 0.25% 포인트 인상된 미국 기준금리도 앞으로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연준)도 이날 성명에서 "이번 인상 후에도 통화정책의 입장은 시장 순응적으로 남을 것"이라며 향후경제상황에 연동해 금리를 인상시키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가 내년 말까지 0.75%∼1.00%포인트 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차이는 0.25~0.5%포인트로 좁혀지게 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도 결국 시차에 달린 것일 뿐 인상으로 고개를 털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것도 그래서다.
과거에도 한국 기준금리는 대체로 미국 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지만 조정 시점에는 시차가 있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1999년부터 최근까지의 한국과 미국의 금리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정책금리 변화가 시작된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같은 방향(인상 또는 인하)으로 조정하기까지에는 평균 9.7개월의 시차가 존재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미국은 2004년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한국은행은 그 후 15개월 만인 이듬해 10월 기준금리를 올렸다. 또 미국은 2007년 9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충격으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는데, 한국은 13개월이 지난 2008년 10월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런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기준금리 조정은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가 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반론도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이 미국 금리 추세보다는 국내 경기상황을 우선해서 반영한다는 점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수출 부진과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침체된다면 미국과 달리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과거에도 한국과 미국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한 경우도 7차례나 됐다. 미국은 2004년 7월 이후 25개월에 걸쳐 금리를 올렸지만, 한국은 같은 해 8월과 11월 등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내렸다. 또 미국은 2008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초저금리 수준인 0∼0.25%로 유지했지만 한국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해외IB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골드만삭스는 “성장전망의 하향조정, 낮은 인플레이션, 긴축적 내년 예산, 가계부채 규제 강화 등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해 내년 2분기 정도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한은은 그동안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급하게 뒤따라가지 않을 것임을 수차례에 걸쳐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0일 금통위를 마친 뒤 "미국의 금리인상이 곧바로 한은의 금리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도 완만할 것이다. 한국 등 다른 나라가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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