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미국의 금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시키며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금융안정 기조로 돌렸다.
한은은 10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12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올 3월과 6월 각각 0.25%포인트씩 떨어진 후 6개월째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세계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다음 주 단행될 것이 확실시 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금융안정 기조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은은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한 시니리오별 대비 태세도 준비 중이다. 미국 금리와 직결된 우리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변동성을 기준으로 위험 등급을 나누고 가계부채ㆍ기업부채 추이, 중국ㆍ신흥국가 금융시장 변동성 등 각종 변수를 종합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저금리기조 장기화로 급증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미국 금리 인상 후 받게 될 리스크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32조3000억원으로 한 달 동안 7조6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이 늘었다. 주택 시장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10월 증가액 9조원보다 1조4000억원 줄었지만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11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도 733조9000억원으로 한달 새 4조4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ㆍ기업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 후 국내 시장 금리가 상승한다면 가계와 기업의 금리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최근들어 한국 중장기 국채 금리가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어 가계와 기업의 금리 부담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2003년 1월~2008년 6월)과 이후(2010년 6월~2015년 11월) 미국과 한국의 국채 금리 간 상관계수를 비교해보면 0.21에서 0.5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포인트 변할 경우 0.21%포인트 움직였던 국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이제는 0.5%포인트 변한다는 의미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리 한국은 지금 수준의 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시장 금리는 오를 수 있는 만큼 국내 금융 시장 변동성 증대 가능성에 대비해 위험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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