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이 9일 조직 개편을 통해 옛 제일모직의 건설 부문을 옛 삼성물산 건설 부문으로 이관했다. 예정된 수순으로 평가된다. 이에 주택브랜드 중 가장 높은 인지도와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래미안'의 미래에 관심이 모아진다. 섣부른 추정과는 달리 래미안 브랜드는 여전히 남을 전망이다.
이번에 중복되는 업무 인력을 하나의 조직으로 합친 것은 통합의 명분에 부합한다. 통합 100일을 맞아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일환이라는 게 삼성물산 측 설명이다. 건설 사업을 분리한 리조트 부문은 리조트와 골프장, 조경 등 사업에 집중하게 되며, 건설 인력 800여명은 플랜트, 토목, 빌딩 등 건설 부문의 3개 사업부에 나뉘어 배치된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각 사업부별로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그에 따른 책임도 철저히 따지는 식의 사업부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시장과 고객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해외 사업의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다는 점이다.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를 비롯해 해외 사업에서 최근 잇따라 손실을 보이고는 있지만 결국 먹거리는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역으로 보면 그만큼 국내 주택 사업에 대한 기대치는 낮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직 개편 이전에 이미 옛 제일모직 건설 부문은 희망퇴직을 통해 슬림화 과정을 거쳤고, 옛 삼성물산 건설 부문 인력도 지난해 말 7709명(정규직 6383명, 계약직 1326명)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7215명(정규직 5934명, 계약직 1281명)으로 500명가량(6.4%) 줄었다. 이후에도 건설 부문의 추가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물산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임에도 올들어 일반 분양한 아파트 물량이 3000여가구에 불과해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주택 사업을 아예 매각하려 한다는 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삼성물산은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라 내실있게 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1일 내놓은 채권 발행 투자설명서에서 주택 사업과 관련해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공급 물량이 많고 서울 뉴타운 정책 등으로 인한 재개발ㆍ재건축 물량도 잠재돼 있어 미분양 물량 감소는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며 "수도권 미분양 중 대형 주택 비중이 큰 편임을 감안할 때 단시일 내에 국내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건설업에 대한 비전을 높게 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성장보다는 그동안 해 왔던 사업들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건설이 신성장 사업이 될 수는 없으므로 역량을 집중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 사업을 매각하려 할 수도 있겠으나 삼성과 분리된 래미안은 가치가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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