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일부터 '냄새 민원·화재 위험' 이유 판매 금지...상인들 "상의없이 갑자기 결정해 생계 지장" 반발...시민들 찬반 엇갈려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1일 오후 종각역 지하상가의 한 분식집. 한 40대 남성이 어묵을 먹고 있다가 갑자기 살벌해진 분위기에 행동을 멈췄다. 제복을 입은 단속반원 6명이 단체로 들이닥쳐 "어묵을 팔면 안 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발로 매장 앞에 설치된 입간판을 툭툭 차며 '치우라'고 명령했다. 어묵을 먹던 손님은 허겁지겁 자리를 떴다. 단속반원들이 한동안 김밥집 앞을 에워싸는 바람에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점원은 당황하며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니) 사장과 얘기해야 할 일"이라고 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상가 내에서 1일부터 어묵ㆍ떡볶이 판매를 금지하며 곳곳에서 단속원과 상점 주인간 실랑이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찬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특정 음식의 판매를 막은 것이 옳은 것인지부터, 판매금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방적 행정 등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메트로는 상가관리규정을 개정, 영업금지 업종으로 어묵과 떡볶이를 지정했다. 현재 1~4호선 역사내 점포 979곳 중 어묵ㆍ떡볶이 판매 점포는 27곳.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런데도 굳이 영업 금지 업종으로 분류한 까닭은 냄새로 인한 승객 민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조리대 바퀴가 전선 피복을 마모시켜 화재위험을 안고 있어서라고 한다.
상인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울메트로와 정당하게 계약을 통해 입점을 한 상태에서 음식을 판매해 왔는데, 갑작스럽게 판매 금지를 결정하고 단속까지 나섰기 때문이다. 계약을 체결하고 영업행위를 하고 있기에 조건을 변경하려면 계약의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2주 전 규정 개정을 통보했을 뿐이다.
지하철 상가 점포 주인인 A씨는 "서울메트로의 어떤 얘기도 들은 바 없었는데 규정이 개정됐다는 공문을 받았다"면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규정을 바꾸고 단속까지 나서는 것이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어묵이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생계가 달린 문제를 이렇게 처리해서야 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또 다른 점포 주인 B씨도 "역사 주위 지하 점포에서 영업하는 상인들 대다수가 영세하다"며 "시민들이 냄새로 불편해 했다면 환기 장치를 설치하거나 다른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서울메트로는 판매금지 업종을 결정할 때 이유로 내건 민원에 대해서는 근거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어묵 냄새로 민원이 그동안 얼마나 있었느냐는 질문에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따로 집계해 놓은 통계자료는 없다"며 "수시로 전화를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묵ㆍ떡볶이 판매 금지를 두고 시민들의 의견은 나뉜다. 출출할 때 찾는 음식을 이유도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금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많다. 1호선을 타고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김모(42)씨는 "냄새가 역하거나 화재 위험이 있다면 이를 방지할 대안을 마련하고, 그게 어렵다면 이미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서서히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영세 상인의 서민 음식 판매를 협의도 없이 금지시키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을지로입구역에서 만난 직장인 이종윤(40)씨는 "1~4호선에서는 환기가 잘 안 되는 건 맞다"며 "자주 먹던 떡볶이를 먹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쉽지만 냄새가 좋지는 않았다"고 환영했다.
서울메트로는 규정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규정 개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가관리규정에 시민 불편을 줄 수 있는 업종은 (사전 협의 없이) 제한할 수 있게 돼있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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