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애도…하나된 상도동계·동교동계
마지막 메시지 '통합·'화합'…정치권 실천이 최대 과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통합과 화합에 불을 지피고 26일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김 전 대통령은 떠나면서 우리에게 큰 정치와 화해, 의회 민주주의를 선물로 남겼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발인 당일까지 식을 줄 몰랐다. 지난 22일 서거한 이후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발인인 26일 아침까지도 조문객들이 이어졌다. 빈소를 포함해 전국에 설치된 221개 분향소에는 닷새 동안 20여만 명이 조문했다.
김 전 대통령이 떠나는 마지막 길에 구원(舊怨)은 없었다. 정치적으로 대립하며 반목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전날 빈소를 찾아 고인을 배웅했다. 전 전 대통령은 "YS(김 전 대통령)와 역사적 화해라고 볼 수 있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진 않았지만, 조문 자체가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정치권은 해석한다.
전립샘암으로 투병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들 재헌 씨가 대신 조문했다. 재헌 씨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문을 '당연한 도리'라고 표현했다. 김 전 대통령과 대를 걸쳐 악연으로 얽힌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3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첫 일정으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조문 정국에선 양김을 상징하는 동교동계도 상도동계도 하나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초대 정무장관을 지낸 김덕룡 전 의원은 서울시청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손을 맞잡고 공동상주 역할을 했다.
현안마다 대립하며 정국을 경색시키고 있는 여야 정치인에게도 대화의 장이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손학규 새정치연합 전 상임고문 등은 하루도 빠짐없이 빈소에 나와 조문객을 맞았다. 야당 소속 정치인들의 조문행렬도 이어지며 다양한 주제의 대화들이 오갔다.
김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유가족과 정치권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영결식에서도 통합과 화합을 실천했다. 첫 국가장의 장례위원회에는 정파를 가리지 않고 각계 각층의 인사 2222명이 참여했다. 일반시민들도 영결식 참관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겠다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노제와 추모제는 지내지 않는다.
김 전 대통령의 유해는 고인이 살았던 상도동 사저를 거쳐 장지인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해 영면(永眠)에 들어간다. 사저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짓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 앞은 서행하면서 통과한다. 고인은 자신의 업적이 남겨진 김영삼도서관의 개관을 끝내 보지 못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에 남긴 선물은 후세의 과제이기도 하다. 정치권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통합과 화합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쏟아내고 있다. 빈소를 지키던 한 원로 정치인은 "정치권이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다행스럽다"면서도 "통합과 화합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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