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태어난 지 100년 된 날이다. 현대차ㆍ현대그룹을 세워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과 함께 한국 재계의 양대산맥이 된 아산에 대한 각계의 추모 열기가 뜨겁다. 자본도 기술도 시장도 제대로 없었던 시절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그의 도전정신과 창의력은 후대에게 큰 울림을 남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성장엔진이 식으며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의 창의적 도전정신을 되살려 비상한 각오로 활로를 모색해야 할 때다.
아산은 입지전적인 위대한 기업가였다. 강원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만 나왔지만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최빈국 대한민국에서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한국 경제의 기둥인 중후장대형 산업을 키워냈다. 자본도 시설도 없이 해외 투자회사를 찾아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거액을 빌려 조선소를 지어 세계 1위로 키웠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낮에 자고 밤에 일하면 된다"는 역발상으로 중동에 진출해 오일머니를 벌어들였다. 서산 간척지 물막이 공사 때는 폐(廢)유조선을 바다에 가라앉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이봐, 해봤어?"라는 다섯 글자는 아산의 도전정신을 압축하는 상징으로 남았다.
불행히도 이런 불굴의 정신과 그것을 실천하는 기업인은 지금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기업가 정신이 쇠퇴했다.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가 발표한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GEI)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2위에 머물렀다. 민간 기업 암웨이가 발표한 기업가정신 리포트에서도 한국은 세계 평균(51점)과 아시아 평균(64점)보다 낮은 44점으로 조사 대상 44개국 중 28위에 그쳤다. 반면 알리바바와 샤오미 등의 기업을 배출한 중국은 79점을 기록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알리바바의 마윈에 비견될 만한 한국의 '혁신적 기업가'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젊은층들은 청년실업의 늪에서 좌절한다.
실패와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은 아산의 정신은 한국의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새로운 각오와 도전을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그가 무에서 유를 창조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 자본과 기술력, 교역여건은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위기와 맞서는 정신력은 오히려 약해졌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주영 정신을 되살리자. 이 땅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창의가 넘치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됐을 때 제2, 제3의 정주영이 속속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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