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백도 없어서 못사…품질보다는 브랜드에 혈안
"가격 접근성 낮을수록 선호도는 높아져"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비싸게 팔고, 비싸게 팔고, 또 비싸게 팔아라."
인터넷에서 '한국에서 장사 성공하는 법' 이라며 소개하는 이 '비법'은 '비싼 것'을 선호하는 소비패턴에 대한 일종의 자조(自嘲)다. 소비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그에 따른 선택이지만, 품질 보다는 브랜드에 혈안이 되는 자화상은 종종 조롱의 대상이 되곤한다.
미국의 사회·경제학자 베블렌(Veblen)은 값이 오를 때 과시적 소비행위 때문에 그 수요가 오히려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베블렌 효과'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본인이 구매하는 제품이 곧 본인의 경제적 능력의 지표라고 생각하고, 일부는 남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비싼 물건을 구매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한국의 명품족은 이미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주요고객(VIP)다. 이들 럭셔리 브랜드는 한국에서만 '한정판' 제품을 내놓을 정도다.
샤넬의 경우 값이 오를수록 수요가 강해지는 특성이 반영된 대표적 브랜드다. 샤넬의 2.55 빈티지, 그랜드샤핑, 보이백 등 인기 핸드백은 이달 초 최대 7%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 3월 시끌벅적하게 20% 가격인하를 단행한 지 8개월도 채 안돼서다. 국내 브랜드였다면 엄두도 못낼 만큼 값이 춤을 춘다. 한 술 더 떠서, 샤넬은 매년 1, 2회는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가격을 올릴지 내릴지,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본사의 뜻에 달려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인기 핸드백 모델은 현재 국내 매장에서 대부분 품절상태다. 제품 구매를 위한 별도의 예약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어, 가방 구매를 위해서는 수시로 매장에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야 할 정도다. 인터넷에서는 재고가 있는 매장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루이뷔통이나 에르메스도 마찬가지다. 이들 브랜드는 매년 가격을 인상하지만, 고객은 끊임없임 몰린다. 역시 인기 제품은 예약해도 구하기 어렵다.
한국인들만을 위한 특별한 제품을 내놓는 명품 브랜드들도 다수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겐조는 한국사람들이 선호하는 쇼퍼백 모양의 플라잉 겐조 로고 쇼퍼백을 내놨다. 한국 단독 판매를 기념해 럭키박스를 선물하는 별도의 이벤트도 진행했다.
펜디 역시 '코리아 피카부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단 하나뿐인 특별한 피카부 백을 선보였다. '피카부 백'은 2009년에 탄생한 제품으로 대조적인 소재와 텍스처로 오랜 기간 인기를 끌어온 펜디의 시그니처 백으로 꼽힌다. 독일 명품 브랜드 아이그너에서는 50주년을 맞이해 시그니처 백인 시빌백 디자인에 서울을 모티브로 한 서울 에디션을 출시했다. 가방 안감에 고유 번호와 해당 도시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경우 가격과 인기는 정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가격 접근성이 낮으면 오히려 선호도가 높아지고, 브랜드 이미지도 고급화 되는 점을 노려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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