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소공점 매출 지키자" vs 정용진 "신세계로 빼앗아오자"
도보로 10분 거리…롯데면세점 고객 신세계 잠식 가능성 높아
신세계가 그린 '명동-신세계-남대문'으로 이어지는 고리 성공하면 요우커 쇼핑지도 변화할 듯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연간 8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명동 지역의 쇼핑 지도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에게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이르면 내년 4월말 신세계백화점이 본점 신관에 초대형 면세점이 열리면 명동 쇼핑 트렌드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년 숙원사업을 이뤄낸 신세계는 '세상에 없던 면세점'이라는 콘셉트로 만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쇼핑 외에도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을 충분히 제공해 관광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 신세계의 복안이다.
신세계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롯데도 대응마련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월드타워점 수성에는 실패했지만 소공점은 특허존속이 가능한 0순위 면세점이다. 전체 유통업계 통틀어 매출 1위의 독보적인 점포로 롯데의 노하우가 그대로 집약돼있는 곳이다. 내년 4월 신세계 오픈에 맞서 롯데 소공점도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내년 요우커를 대상으로 한 명동 상권의 변화는 클 것으로 보인다. 요우커들이 가장 많이 찾은 명동에서 롯데와 신세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가 내년 4월 면세점을 오픈하게 되면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는 명동 본점 신관과 옆에 위치한 메사빌딩까지 총 연면적 30만㎡ 에 달하는 면세점 관련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의 서울 시내면세점은 매출 1조원 이상 시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신세계 전체 매출 4조원 대비 25%에 육박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5개의 신규 점포 오픈에 더해 면세점 사업을 전개하게 되면서 신세계의 내년 총 매출액은 전년대비 23.9%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는 면세점 본점 유치를 통해 면세사업 본연의 영업실적뿐 아니라 본점 백화점의 트래픽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모멘텀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도보로 10여분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롯데 매출의 상당부분을 신세계가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기영 연구원은 "지리적으로 명동과 남대문 상권을 끼고 있어 호텔롯데 소공동점이 갖고 있던 메리트를 상당 부분잠식할 것"이라며 "호텔롯데 소공동점의 지난해 매출액이 1조9000억조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초기 1년간 매출액은 1조원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면세점업계에서 호텔롯데, 호텔신라 함께 3강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면세점사업이 '사업보국'과 '청년채용'에 대한 신세계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신세계만이 만들 수 있는 차별화된 시내면세점을 구현해 국가경제와 지역사회에 이바지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롯데는 소공점의 매출을 지켜야하는 입장에 놓였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국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방문지 중 하나였다. 반사이익도 많이 누렸다. 요우커들이 몰리면서 지난해 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출액은 1조 9800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노하우와 규모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신세계가 구상하는 명동-신세계-남대문으로 이어지는 관광코스 고리가 만들어진다면 롯데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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