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앤비 규제안, 주민투표서 부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시가 추진했던 에어비앤비 규제안, 일명 '프로포지션 F(proposition F)' 방안이 지난 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규제안을 막기 위해 무려 840만달러를 지출하고 백악관에서 위기대응 매니저로 근무했던 크리스 르헤인도 영입했던 에어비앤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샌프란시스코시가 추진했던 에어비앤비 규제안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빌려주려는 집주인들이 1년에 최대 75일까지만 집을 임대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단기 임대를 금지하고 집주인들이 시 당국에 등록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처럼 에어비앤비 규제에 나선 이유는 에어비앤비가 집값 상승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임대해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되니 주택 수요가 늘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닷컴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9월 주택 가격(중간값)은 11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5% 급등했다. 월 임대료도 4390달러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13% 상승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집값 상승의 원인이 에어비앤비에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4위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트위터ㆍ우버ㆍ에어비앤비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미국에서 신공유 경제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과거 실리콘 밸리에 집중됐던 고임금 기술 인력들이 이제는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서 집을 임대해 살고 있는 이들은 그들 월급의 47% 가량을 임대비용으로 지출한다고 질로우측은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가 부유한 기술직 인력들의 휴양지가 되고 있다는 비아냥과 함께 소득 불평등과 강제 퇴거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도 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기명 논평을 통해 에어비앤비 규제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같은 민주당인 에드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집을 임대할 수 있게 해 주면 가계 소득에 도움이 된다며 에어비앤비 규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부지사도 이번 조치에 반대했다. 뉴섬 부지사는 "단지 캘리포니아에서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에어비앤비가 임대료에 영향을 줬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통계상으로는 영향을 줬다는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에어비앤비 규제 조치가 임대료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 규제안은 찬성 45%, 반대 55%로 부결됐다.
크리스토퍼 눌티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중산층을 위한 결정적인 승리"라며 "유권자들은 노동자 가족들이 집을 임대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편에 서서 호텔 업계가 지지했던 극단적인 조치에 반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투표 결과를 전하며 예상보다 찬성과 반대 비율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에어비앤비에 반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예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뉴섬 부지사의 지적처럼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최근 에어비앤비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규제안이 통과되면 다른 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잇따를 수 있다고 우려해 필사적으로 이번 규제안을 부결시키려 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곳곳에 광고판을 설치해 규제안을 반대해달라고 호소했다.
포천은 이번 규제안에 반대한 표가 7만3556표였다며 에어비앤비가 840만달러를 지출했다면 하나의 반대 표를 얻기 위해 113달러를 지출한 셈이라고 전했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설립돼 현재 3만4000개가 넘는 도시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 기업 가치가 250억달러가 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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