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근거기반 의료(Evidence-based Medicine)'의 일환으로 환자에게 사용되는 의료기술이 안전하고 유효한지를 평가해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2007년부터 시행됐다.
도입 이후 약 1800건의 의료기술평가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아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건강보험재정 효율화를 도모하는 한편, 발전가능성 있는 의료기술의 국가적 승인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큰 기여를 해 왔다.
전 세계 의료기기시장은 연평균 8%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국내 신의료기술평가 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기존 기술보다 질병을 치료ㆍ예방ㆍ진단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불행하게도 기존 기술에 대비해 효과적이지 않거나 심지어 효과가 열등한 경우도 발생한다.
국민에게 사용될 의료기술이 안전하고 유효한지를 평가하는 국가 차원의 엄격한 검증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 주도의 의료를 공급하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은 물론 공보험인 메디케어 이 외에도 사보험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기술을 의료보장제도의 틀 안에서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새로 개발돼 허가받은 의료기기 중 새로운 의료행위와 결부된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건강보험권에서 사용될 수 있다. 일부 의료기기업체들은 이 때문에 신의료기술평가를 허가에 이은 또 다른 진입장벽인 이중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 허가는 의료기기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아 의료시장에서의 판매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며, 신의료기술평가는 안전하고 질 높은 의료행위를 선별해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이다.
그간 이 업무를 담당해 왔던 보건복지부는 신의료기술평가 기간을 단축하고 국내 의료기기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임상연구를 연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왔다. 이 같은 노력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의료선택권을 더욱 확대하고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유망 의료기술의 신속한 시장진입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해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의 제도 간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상호검토를 통한 중복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의료기술의 특성을 고려해 단기간 내에 평가가 가능한 의료기술 분야는 조기에 임상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평가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안전성 우려가 적은 분야에 대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와 의료행위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는 모두 국민의 건강ㆍ안전과 직결되므로 검증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좋은 규제'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규제라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해야 한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인 개방ㆍ공유ㆍ소통ㆍ협력이라는 정부3.0 가치를 기반으로 의료현장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칸막이를 허물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다 효율적ㆍ유기적으로 규제 개선 노력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임태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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