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의 4조2000억원 자금 수혈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과 자체 구조조정을 병행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하지만 경영상태가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채권단 지원과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으로 기대할 수 있는 건 그간의 손실을 메우는 효과 정도까지다.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업황 침체와 중국의 추격 사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3개월 간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진행한 삼정·삼일회계법인은 해양플랜트 부실 여파로 대우조선해양이 올해만 총 5조3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건비와 선박 건조대금을 비롯한 경영자금은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4조20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총 4조2000억원의 자금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한 것은 이를 채우기 위해서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이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자산 및 지분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안을 통해 1조8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 당장의 유동성 문제와 수주에 걸림돌이 되는 과도한 부채비율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단은 계획대로 진행만 된다면 대우조선해양이 내년부터 영업이익을 내고, 2019년까지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봤다.
급한 불은 껐지만 몇가지 변수는 남아 있다. 우선 29일 산은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밝힌 생산직 추가 구조조정을 원활히 해결해야 한다. 산은은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1만3000여명인 대우조선해양의 인력을 1만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노조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정성립 사장은 임금동결과 무(無)파업을 골자로 한 노조동의서 제출을 위해 "생산직 감원은 절대 없다"며 노조를 설득하기도 했다. 노조 반발 등 잠재적인 마찰 요인이 남아있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노조를 설득하는 한편 상시 희망퇴직 등으로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생산직과 사무직을 합쳐 매년 자연감소분(정년퇴직 등)이 300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300명 이상의 감원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매년 200~300명에 달했던 신규채용 규모를 최소화해 인력 감소 효과를 내기로 했다.
조선업황 자체가 침체되고 있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 149억 달러였던 수주규모는 올 10월말 기준 44억달러에 그쳤다. 올해까지 두 달이 더 남아있지만 현 수준보다 크게 늘기 어렵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수주잔량으로는 여전히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향후 2~3년 뒤부터는 일거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 수주 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것은 업황 악화로 선주들의 발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국내 조선업계 전반의 실적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중공업은 동남아 조선소 설립을 검토했다가 최근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발주 가뭄에 하나라도 더 수주하려다 과거처럼 저가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와중에 발주사들은 줄줄이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발주사들이 건조를 거의 끝내고 인도만 앞둔 해양플랜트, 시추 관련 선박 건조 계약을 해지하면서 조선업계는비용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으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업계의 또 다른 부실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난관들을 모두 헤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익성 있는 사업들 위주로 선별 수주하는 한편 지급 대금에 문제가 없는 선주사와 우선 계약하고 있다"며 "예전과 같은 출혈 수주는 되도록 피하고 해양플랜트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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