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면세점 유치전만 3번째…대기업 총수들 전면서 진두지휘
돈 되는 황금알 사업 유치 위한 쟁탈전에 피로도 급증
5년마다 재연 한계…정책 한계에 글로벌 시장 경쟁서 도태될 수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대기업 총수들의 사활을 건 면세점 전쟁 2라운드가 막을 열었다. 유통 재벌 2ㆍ3세들은 면세점 특허 획득을 위해 배수진을 쳤다.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사재까지 쏟아부었다. 결과에 따라 회사의 중장기 성장동력은 물론 그룹 경영을 이어받을 후계자로서 사업수완을 검증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말리는 면세점 특허 쟁탈전은 올 한 해동안 계속돼 왔다. 지난 1월 인천공항면세점 3기 사업자 및 제주 특허 재선정 이후 7월에는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입찰 경쟁에 7개 재벌기업 총수들이 혈투를 치뤘다.
12월 서울과 부산 면세점 특허 만료에 따른 사업자 재선정 작업도 또다시 과열되는 양상이다. 1년 내내 이어지는 입찰전쟁에 업계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점 특허 기한인 5년마다 다시 따야하는 제도상 한계가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글로벌 면세시장 1위지만 자칫 지나친 출혈경쟁에 세계시장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8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1.6% 성장했다. 이 중 5조4000억원의 매출이 시내면세점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30%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지난 해 부진한 수치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성장률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출국자수 증가에 따른 백화점에서 면세점으로의 소비 이동이 올해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예상하는 이유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면세점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20.5% 증가한 10조원을 예상하고 있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유통업체에 게는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성장의 터널에서 헤매고 있는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면세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도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마지막 황금알을 차지해야 출구전략을 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치열한 유치경쟁에 업계의 피로도는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 1월에는 인천공항 제3기 면세사업권 입찰에 유통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어 수천억원대 임대료 경쟁을 벌였다. 2월에는 제주 롯데면세점의 특허만료에 따른 특허 재선정으로 롯데와 신라 '빅2'가 맞장을 떴다.
지난 7월에는 서울시내 3곳(대기업 2곳, 중소ㆍ중견1곳)의 신규면세점 특허로 대기업들이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역시 재벌 총수들이 직접 나서 진두지휘한 결과 호텔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용산과 여의도에 신규 면세점 사업자 운영권을 획득했다.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이번 시내면세점 특허 획득전은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롯데 소공점(12월22일), 롯데월드점(12월31일), 부산 신세계면세점(12월15일) 등의 만료를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다. SK와 롯데, 두산, 신세계가 출사표를 던졌으며 역시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전면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각각 100억원이 사재까지 출연했다.
문제는 계속되는 과열 경쟁에 높아진 피로도다. 관세법상 우리나라는 면세점 사업에 필요한 특허를 5년마다 입찰을 통해 다시 따내야한다.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대기업의 특허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갱신 형식도 자동 갱신에서 경쟁입찰로 바뀌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인력과 시스템 등이 필요한 것이 면세사업인데 특허 입찰에 대한 지나친 경쟁으로 너무 지쳐있다"고 말했다.
5년 후 재입찰에 대한 제도적 헛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중국, 일본이 관광객 및 쇼핑객 유치로 관련법을 개정하고 완화하는 반면 국내는 관세법 적용으로 업계 성장을 되레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안방에서 싸우느라 세계시장에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데 제도상의 한계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늦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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