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벌이고 있는 선거구 획정 작업이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타결될지는 지금으로선 미지수지만 최소한 이번 논의는 두 가지를 환기시켜 줬다. 첫째 모처럼 농촌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 줬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의 미디어가 얼마나 도시중심적인가를 생각하면 농촌의 선거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한 축이었던 이 문제로 인해 우리 농촌의 현실의 일단, 즉 이농(離農)과 도시화는-그 속도는 늦어졌더라도-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새삼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것이다. 이번 공방에서 주요하게 맞선 논리는 '인구비례에 의한 대표성'대 국토균형발전론이었다. 인구비례론은 선거란 '표의 등가성'이 최우선이니 과소대표되는 도시지역의 선거구를 늘리고 과대대표되는 농촌의 선거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인구비례성만으로는 비도시 지역의 발언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으므로 국토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보정(補正)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반대편의 논리다.
국토균형발전론은 물론 농촌지역 의원들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거기에는 지역구가 사라지거나 합병될 위험에 있는 의원들과 지지자들, 그 지역민들의 방어논리가 개입돼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이참에 과연 국토균형발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 이것은 첫 번째 문제, 우리나라의 이농현상이나 도시화가 어느 정도까지 심화될 것이냐는 것과도 연관된 것이다.
헌법에도 국가의 의무로 규정돼 있는 국토 균형개발은 산업화 과정 이후 전개된 지역 간 불균형 성장에 대한 시정 의지를 담고 있다. 즉 서울과 나머지 지방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부축 지역과 나머지 지역 간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격차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이번 선거구 문제에서 제기된 것은 대체로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간의 균형발전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묻게 된다. '도농(都農) 균형발전',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단지 경제력 발전의 균형을 말하는 것인가. 인구의 균형을 의미하는 것인가.
도농균형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정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농균형은 도시적인 것과 비도시적인 것의 균형, 세대의 균형, 속도의 균형, 가치의 균형, 인간 중심과 생태 중심의 균형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예컨대 한 지역을 대표한다고 할 때 그 대표성이 단지 거기에 사는 인간들만을 대표하는 것이냐, 그 지역의 농경지와 산하, 삼림과 동식물까지 함께 아우르는 대표성이냐로 봐야 하는 것이냐의 문제를 던지는 데로까지 우리의 인식을 넓히고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도시와 농촌 간에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그것은 우리가 농업을 보존해야 한다고 할 때, 그것의 당위성을 넘어서 농업과 농촌을 보존하는 방식에 대한 더욱 많은 모색을 해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귀농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원에서의 노후 생활을 꿈꾸는 이들의 귀농뿐만 아니라 생활고와 취업난이 장노년층은 물론 청년층에 가하는 탈도시화 압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도시와 농촌 서로를 위해 환영할 일이다. 다만 귀농의 여러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도시 속의 귀농, 도농 병행 생활은 어떤가. 그런 점에서 최근 인근 지역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벌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충남 홍성군의 사례가 눈에 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 한 해 벌인 '농촌 재능나눔 사업'의 일환이라는데, 좋은 시도다.
서울의 주말농장이 이제 무와 배추 수확을 끝으로 올해 농사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홍성군의 사례도, 서울의 주말농장도 모두 도농 간의 소통일 것이다. 소통(疏通)이자 '소통(小通)', 즉 도농 간에 난 작은 길들이다. 이런 소통(小通)이 더욱 많아질 때 우리는 도농균형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아마도 지금의 디지털 속도전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되찾아주는 또 다른 균형도 있을 것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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