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중ㆍ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후폭풍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국정 역사교과서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수 있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측이 결코 합의에 이를 수 없는 사안을 놓고 대치를 계속하면서 여론의 추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처음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반대와 찬성 의견이 팽팽했지만 이제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도 국정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이들이 더 늘고 있다.
지난 2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반대한다는 답변이 47%, 찬성한다는 답변은 36%였다고 밝혔다. 1주일 전 조사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42%를 기록하며 팽팽하게 맞섰지만 점차 찬성 의견은 줄고 반대 의견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여론의 무게 중심이 반대쪽으로 기울어지는 추세가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난 현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2.7%, 찬성한다는 응답은 41.7%였다. 이 역시 1주일 전에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47.6%, 반대가 44.7%로 조사됐던 여론이 뒤집힌 것이다.
이 같은 여론의 흐름은 SNS에서의 언급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펄스K를 통해 SNS에서의 '국정교과서'에 대한 지난 1주일(10월19일~10월26일 오전 9시) 간의 언급량을 조사한 결과 총 26만3264건이 거론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같은 기간 긍정과 부정을 판별할 수 있는 SNS 상의 언급 15만4811건을 분석해보니 부정적인 내용은 10만6419건으로 68.7%를 기록했다. 이는 1주일 전 64.9%보다 증가한 것이다.
교수들의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움직임도 이 같은 여론의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교수를 비롯해 대다수 역사 관련 교수들이 집필 거부 선언에 동참하면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내세운 논리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해외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 154명도 한국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성명을 냈다. 여기에는 브루스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역사에 단일한 해석을 적용해서는 '올바른' 역사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해서 정부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여론의 추이는 권력의 입맛에 맞춰 제멋대로 역사를 기술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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