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가뭄 대책으로 4대강 물 활용 추진하자 '예찬론 vs 견강부회식 주장' 논란 재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ㆍ여당이 40여년만의 가뭄을 핑계로 '4대강 사업'을 부활시키자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4대강 찬성론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선견지명'이 드디어 인정받았다"고 반색하고 있다. 반면 4대강 반대론자들은 '억지춘향'ㆍ'견강부회'식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정부가 지난 15일 여당과의 당정 협의를 통해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물을 가뭄 피해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지천ㆍ지류' 개발 및 관개 수로 공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나나섰다.
이러자 4대강 찬성론자들은 "이제서야 진가를 인정받게 됐다"는 반응이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 시대에 미리 대비한 시기적절한 대책'이었다는 예찬론이 등장했다.
정부도 16개 보에 국내 연간 물 사용량 330억t의 2% 가량인 약 7억t의 물이 저장돼 있는 만큼 가뭄 해결의 비상 수원 역할을 할 것으로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기본적으로 보에 물을 저장해 가뭄때 비상용수로 활용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시작된 사업인데 이번 가뭄에서 비로소 취지가 실현됐다"며 "4대강 사업을 안 했으면 가뭄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물이 아예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보령댐으로 금강 물을 보내는 사업이 가능한 것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 놓은 백제보ㆍ세종보ㆍ공주보 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미 전국민들의 95%가 광역상수도 혜택을 입고 있기 때문에 4대강 물을 통한 생활ㆍ공업용수 공급 사업에 들어갈 돈도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 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선견지명으로 예찬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비록 마스터 플랜에 '가뭄에 대비한 수자원 확보'가 들어있고,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에 물이 저장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진행된 4대강 사업은 보를 막기만 했을 뿐 저장된 물의 활용 방안ㆍ실천 계획은 물론 이를 위한 관로 매설 사업 예산 등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22조원이나 들여 추진된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물을 활용하려면 '후속 사업'으로 20조원대를 더 들여 지천·지류 개발·관로 공사 등을 벌여야 했지만 당시엔 언급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MB정부의 4대강 사업은 '가뭄'에 대한 대책을 전혀 마련해 놓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MB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끝내면 가뭄ㆍ홍수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가뭄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며 "예나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용수 공급 대책이 잘 돼 있는 도시 지역은 가뭄 걱정이 없고,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설치된 곳은 안 그래도 물 걱정이 없는 중ㆍ하류 지역이며, 현재 가뭄 피해를 보고 있는 내륙 산간ㆍ상류 지역도 4대강 사업 이전ㆍ이후에도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4대강 사업은 이미 정권이 바뀐 후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 필요보다 수심을 2~3m씩 깊게 파 운하용인 6m로 만드는 등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게 입증되지 않았냐"라며 "가뭄이 든 것을 놓고 MB의 4대강 사업을 예찬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확보된 물로 가뭄 대책을 세울 수 있게 되지 않았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하는 이들이 많다. '고비용ㆍ저효율', '수질 및 수위 저하에 따른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4대강 보의 물을 가뭄 대책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우선 고비용ㆍ저효율의 우려가 높다. 농림부의 농업용수 공급 사업만 해도 약 1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생활ㆍ공업 용수까지 공급하기 위해 관로를 깔고 유지하려면 천문학적 공사비ㆍ유지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십 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이같은 대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보는 주로 중하류에 위치해 있고 가뭄 피해 지역은 상류 지역의 고지대에 있어 물을 끌어다 쓰려면 수십km의 관로와 고도차를 극복하기 위한 펌프장 등이 필요해 엄청난 공사비ㆍ유지보수비용이 들어갈 게 뻔 하다"며 "4대강 본 사업에 못지 않게 예산 낭비, 비효율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뭄 대책을 위해선 지하수 개발, 지하댐 건설과 상수도 누수율 낮추기, 소형 보ㆍ댐 건설 등 지역 맞춤형 가뭄 대책이 더 적절하다"며 "4대강 사업은 이미 정부 공식 감사 결과 대운하용 사업이었던 것으로 판명이 나 있는데, 가뭄 해소 대책으로 끌어다 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22조원이나 들였지만 실제 가뭄 해소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박창근 교수도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빈도수의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조 단위의 돈을 투입한다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하며 사회적 자원 낭비일 수 있다"며 "공사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엄청난 유지보수 비용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가뭄 대책용으로 4대강 보 물을 끌어다 쓸 경우 수위가 저하돼 보, 어도, 수력발전소, 양수ㆍ취수 등 각종 시설물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 보완이 필요하며, 여기에 막대한 공사비가 추가로 투입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수질도 4대강 보 물 활용의 걸림돌이다. 보의 물은 대개 3등급 이하인데다 녹조로 범벅이 돼 있어 식수ㆍ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3등급 수준의 금강 보의 물을 식수원인 보령댐으로 보내면서 여과막을 설치해야 한다는 등 수질을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16일자 한 언론에서 "봄~여름 사이에 금강이나 낙동강, 영산강, 한강 등 4대강 보 부근이 녹조로 뒤덮이는데, 이런 물을 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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