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건설사들이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를 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한진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에 환송했다고 28일 밝혔다.
공정위는 2012년 8월 한진중공업 등 19개사가 4대강 사업에 관해 각 업체별로 일정 지분씩 나누기로 합의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했다.
한진중공업 측은 “4대강 사업의 공구 배분 합의는 현대건설 등 8개사 사이에 이뤄졌고, 원고는 현대건설 등 8개사와 공구 배분을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윤성근)는 “현대건설 등 8개사가 이 사건 4대강 사업의 1차 턴키 공사 15개 공구 중 영산강 2개 공구를 제외한 13개 공구를 배분하기로 합의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가 위 합의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이 사건 처분 중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를 금지하는 부분은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서 위법하다”면서 시정명령 중 ‘낙찰 받을 건설공구’ 부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공정위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이 사건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사 물량을 지분율로 할당하는 합의이고, 위 공구 배분 합의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기초하여 이 사건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사 중 1차 턴키 공사의 13개 공구에 관하여 이를 낙찰 받을 건설공구를 할당하는 합의로서, 양자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건설사들의 참여가 대부분 입찰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의 특성상,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는 ‘전체 공사의 지분율에 관한 합의’와 함께 건설사들이 업체별로 공급물량을 할당함으로써 시장공급 물량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의 대표적 수단의 하나이자, ‘전체 공사의 지분율에 관한 합의’를 구체화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는 원고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인정된 이 사건 공동행위와 동일한 유형의 행위로서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는 시정명령으로 이러한 유형의 행위에 대한 반복금지까지 명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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