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전세비중 축소 불가피 "시장 큰 변화"
외국처럼 완전월세 늘어나며 서민층 주거비 부담 더 커질듯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국토교통부가 최근 월세 통계를 새로 개편해 공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택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주택시장은 빨리 바뀌고 있는데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급속한 월세화 현상이다.
'월세 시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최근 몇 년 새 전세 비중이 줄어드는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급속한 주택시장 변화에 따라 전세 제도가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등장할 정도다.
급속한 월세화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저금리다. 2000년 10월 5.25%이던 기준금리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2004년 11월 3.25%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상승해 2008년 8월 5.25%로 상승했다. 이후 하락세를 타던 기준금리는 2011년 6월(3.25%) 이후 총 7차례에 걸쳐 1.75%포인트 낮아져 지난 6월 이후 1.50%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발표하면 시중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이를 기준으로 각각 금리(시중금리)를 책정한다.
기준금리보다 시중금리가 높기 때문에 과거엔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둬도 물가상승분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초저금리 시대가 예고되면서 시중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거처럼 집값이 폭등하리라는 기대가 사라진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주택보급률 증가와 앞으로의 인구구조 변화 등은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 요소다.
이에 따라 투자 패러다임도 매매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쪽으로 바뀌고 있고 필연적으로 월세 비중은 늘고 있다. 국토부가 2006년부터 2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06년 첫 조사에서 45.8%이던 월세 비중은 2008년 45.0%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급격히 상승해 2010년 49.7%, 지난해에는 55.0%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10년 후 주택시장에서 임대차시장은 어떻게 재편될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세 제도가 소멸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그 비중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전세 제도가 급격하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비중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저금리와 전월세의 상관관계를 보면 월세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도 "전세 보증금 규모로 봤을 때 전세 제도의 완전 소멸은 어렵겠지만 급속한 월세 전환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 유행하는 보증부 월세보다는 순수 월세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견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은 보증부 월세가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외국인 렌트와 같은 완전월세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며 "보증금이 없는 월세 제도에 대해 임대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선진국의 경우 샐러리맨의 월급 3분의 1을 월세로 지출하는데 우리 사회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전세가 나름의 사적 복지였는데 월세가 일반화되면서 사적 복지가 붕괴되는 측면이 있고 서민층의 주거가 고비용 구조로 전환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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