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정부가 부실 대기업에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11~12월 두달간 실시할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쯤 부실 기업과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금융당국은 13일 대기업 구조조정 내용을 포함한 기업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11월부터 연말까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을 상대로 채권은행의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기업에 대한 수시 신용위험평가는 매년 상반기에 이뤄지지만 정부는 최근 기업 부채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올 연말 한번 더 시행하기로 했다. 반년새 기업 경기가 큰폭으로 악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관례적으로 추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상반기 정기평가 때와 비교해 잠재부실을 샅샅이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당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은 35개사로 2014년과 비교했을 때 1개사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전체 금융권 신용공여액 잔액은 올해 2월말 기준 7조1000억원으로 2014년 2월말 의 3조5000억원의 2배 이상 늘었다. 그 만큼 덩치가 큰 기업들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관하는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부의 차관급, 금감원 부원장,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관계자들로 구성된다. 이 협의체는 은행권이 11~12월 두달간 실시할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쯤 부실 기업 및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연말까지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 작업은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게 아니라 수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중소기업을 솎아내는 작업도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현재 중소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인 신용위험평가를 이전보다 강화된 기준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올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를 받는 대상 중소기업은 1934곳으로 지난해보다 325곳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정부가 부실기업 솎아내기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이른바 한계기업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계기업(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 등을 구조조정해 우리 경제에 부담을 더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계기업은 2009년 2698개(12.8%)에서 지난해 3295개(15.2%)로 늘었다. 이들 한계기업의 부채비율도 171.1%에서 238.5%로 증가했다.
신용위험평가와 함께 정부가 빼든 또 하나의 카드는 여심심사 강화다. 은행권이 여신심사 능력을 강화해 사실상 정상화가 어려운 한계기업을 솎아낼 수 있도록 협의체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고 처장은 "한계기업을 정리하면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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