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촌철살인 문장으로 20대 사로잡은 SNS 작가 하상욱
베스트셀러 '서울 시' 이어 '시밤' 발표
인스타그램 팔로어 55만명 넘어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 듣게 돼(하상욱 단편시집 애니팡)'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사랑시집 시밤)'.
모바일 게임 '애니팡'의 인기가 한창이던 3여년 전, 소식이 뜸했던 지인으로부터 갑작스레 받게 되는 하트 메시지를 시로 풍자해 인기를 얻은 하상욱 작가(34)가 사랑에 관한 시 144편(시 읽는 밤: 시밤)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단상을 특유의 짤막한 문장으로 표현한 그는 여전히 기발한 상상력에 더 깊어진 감성을 담아냈다.
지난 3일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열린 출간사인회에서 하 작가는 "그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누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됐다"며 "사랑에 관한 추억이든 이별에 얽힌 아픈 기억이든 시를 통해 울고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 작가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하는 55만1000여명의 팔로어 중 대다수는 20대다. 작가의 주특기나 다름없는 촌철살인 문장이 신선하고 기발해 젊은 층의 관심과 공감을 쉽게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시팔이(시 파는 사람)' '시 잉여 송라이터' '센스머신' '시POP 가수'로 소개하는 그는 전자책서점 리디북스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페이스북에 시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시들을 묶어 2013년 1월과 9월 '서울 시' 1, 2권으로 출간했으며 작년 디지털 싱글 '회사는 가야지' '축의금'을 발표하며 인기작가 겸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날 사인회를 찾은 독자들 역시 10~20대가 많았다. 한 독자는 작가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 것을 감안, 똑같은 복장으로 나타나 구입한 책에 사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무겁지 않은 작가의 문장처럼 독자들 역시 작가에게 다가가 기념사진이나 이런저런 사인 문구를 요청하는 모습이 동네 형을 만난 듯 허물없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친근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감시인이라는 별칭을 지닌 작가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하 작가는 "독자들과 SNS에서 소통하거나 실제로 만나는 데 있어 크게 격식을 두진 않는다"며 "이번에 실린 시들 역시 문장은 짧지만 그 여백만큼 여운으로 채워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책에 실린 시 중 '전 여자를 밝힙니다. 여자가 더 빛나도록'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 '오늘 예쁘게 하고 나와. 평소처럼' 등은 글자 수가 10~20개 정도로 짧지만 반전 화법으로 메시지가 더 힘 있게 전달되는 효과를 지닌다. 여기에 글과 어우러지는 사진과 캘리그래피를 더해 감성을 한층 자극한다.
변해가는 연인들의 마음도 간결하게 풍자했다. '일상 탈출이던 당신이 이젠 일상이 돼버려서' '왜 마음을 정리했을까 미움을 정리할 것을' '서로에게 익숙해질수록 서로에게 미숙해지더라' 등이 그 예다. 이별에 대해선 '변차 가고 벤츠 오는 게 아니라 렌트 가고 내 차 오는 게 아닐까' '사랑은 묘약 이별은 명약'이라고 읊었다.
이 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시밤에 실린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이다. 책 뒤표지를 장식하기도 한 이 시는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가 가장 잘 녹아 있다. 서울 시 3권 발간도 계획중인 하 작가는 "특별히 연애상담을 많이 하진 않지만 연애를 하면서 이별을 너무 피하진 않았으면 한다"며 "장래 문제로 고민하는 독자들을 향해선 '안 되면 될 거 하라'"고 간단하게 조언했다.
작가는 한글날인 오는 9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광화문 교보문고 노상 판매대에서 직접 자신의 신간 시밤을 비롯해 다른 시집들을 판매하는 '시 한편 밥 한끼' 캠페인을 진행한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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