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지적…"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적극 협조"
국민연금-이재용, 합병 전 회동 부적절…"합병 조율 의심"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체결 전 삼성물산의 주식을 꾸준히 매도해 주가하락에 일조하면서 결과적으로 7900억원의 혜택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보도자료에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전) 한 달 동안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삼성물산의 전반적인 주가하락을 이끌었다"며 "결국 합병비율은 1대 0.35로 결정됐고,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家)는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율 34.98%를 보유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자체적으로 적정 합병비율이라고 추산한 1대 0.46으로 합병됐다면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가의 지분율은 3.02%포인트 떨어진 31.36%에 그쳤을 것"이라며 "합병비율로 인해 삼성가가 7900억 원(10월1일 종가 기준)의 혜택을 본 셈"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는 훼손된 반면 이재용 부회장으로 대표되는 삼성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면서 "2000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이 연기금의 수익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적극 협조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또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지난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투자위원회의 결정이 있기 사흘 전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의 만남이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연금의 주식 의결권행사를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점, 공단이 적정 합병비율을 1대 0.46으로 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대 0.35라는 낮은 합병비율에 찬성한 점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안 의원은 "국민연금 스스로 합병의 실질적인 목적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만남은 국민으로 하여금 국민연금공단이 사전에 삼성그룹과 합병에 관해 조율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통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성사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삼성에 포획된 국가 현실에 대해 우리 모두의 자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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