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권이 중국앓이 최악

대외채권 중 17.5%…세계서 비중 가장 높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금융권의 대 중국 익스포져(위험노출액)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은행의 대외채권 1400억 달러 가운데 대 중국 익스포져가 245억 달러(29조3000억원)로 중국 전체 익스포져의 17.5%를 차지했다. 이어 대만(10.4%), 영국(5.1%), 호주(3.3%), 미국(2.8%), 일본(2.1%) 순이었다. 그밖에 프랑스, 독일, 칠레, 캐나다 등은 1%대로 집계됐다.

대 중국 익스포져의 절대 규모는 영국(1810억 달러), 미국(878억 달러), 일본(755억 달러)이 우리보다 많지만 총 대외채권 대비 비중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중도 한국이 5%로 일본(4%), 독일(2%) 등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은행 부문, FDI, 교역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익스포져가 높아 중국 경기 둔화 심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중국과의 수출유사성 지수도 높아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JP모건은 덧붙였다. 한국은 이탈리아,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과의 수출유사성 지수가 세 번째로 높았다. 수출유사성이 높으면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 기업들의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해 2011년 10월 이후 최대 감소율을 보였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내수 시장과 중국 등의 수출시장으로 수요처가 다변화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수출국의 다변화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수출에 문제가 생겨 경상수지 적자로 번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외화유동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