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회계처리 특수성 외면한 처사" 불만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금융당국이 대우건설에 대해 38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결론 내리면서 건설업계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금융감독원이 회계감리 절차에 착수한 이후 줄곧 건설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이다. 당사자인 대우건설은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일단 당국이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한 만큼 건설업체들로서는 당장 회계처리 방식에 일대 혼란이 생기게 됐다.
당초 문제가 된 내용은 대우건설이 2012년까지 회계장부상 반영하지 못한 손실 1조4000억원을 이후 분식을 통해 은폐하려 했다는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대우건설이 분양 이전에 할인분양 가능성에 대한 손실 충당금을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지적받은 회계처리 방식은 국내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인데다 이를 대체할 다른 회계기준 또한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011년 국내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수주산업은 수익인식 시점에 대한 예외를 인정받았고, 건설사들은 이를 근거로 아파트나 플랜트 공사때 전체 계약원가에서 실제 발생한 비용만큼을 진행률로 보고 수익으로 인식해 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인건비 등 투입원가가 얼마나 들어갈지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예상손실은 신뢰성 있게 추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반 제조업처럼 상품이 팔렸을 때 매출을 인식하는 것이 아닌데다 각 사업장별로 초기 계약률이나 최종 분양률 등이 모두 달라 동일한 기준으로 충당금을 설정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건설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대우건설에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건설업계 전반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된데다 다른 건설사 역시 특별감리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가 이어지지 않을까 불안감을 갖게 됐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무엇보다 대우건설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다른 건설사들도 당장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려야 하는 등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처지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최대 규모인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았다지만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제재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업계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국내 거의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재무제표를 바꿔야 하는데 합리적인 대안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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